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은 다르다.
“경제성장이란 한 나라가 과거보다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 소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더 많은 생산물을 얻어 더 많이 소비하게 되었으니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게 반드시 ‘누구에게나’ 좋은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기존 산업은 없어지면서 누군가는 직장과 직업을 잃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경제성장을 위해 더 오래 일하도록 요구받으며 과로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먹기만 한 또 다른 누군가는 온갖 협잡을 통해 성장의 과실을 독차지할 수 있으며 혹은 사회 전체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빚을 끌어다가 생산물의 양만 늘리는, 말 그대로 빛 좋은 개살구 식의 경제성장이 이뤄질 수도 있다. 결국 경제가 성장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 자체로 시민들이 직면한 모든 불행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발전이란 경제성장과 동시에 사회적 구조, 대중의 태도, 그리고 국가 제도상의 주요한 변화 등을 통해 인간적인 삶이 가능해지도록 사회 전체가 보다 바람직한 상태를 향해 지속적으로 고양되어 가는 과정이다. (발전경제학자 마이클 폴 토다로의 정의)
한국 대학 대부분의 경제학과에서 ‘경제발전론’이란 과목이 사라지고, 이른바 ‘주류’인 신고전학파 이외의 다양한 경제학 강좌들이 모두 말살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신고전학파는 현실적.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몇몇 경직된 가정에 기초해 인간의 모든 문제를 수학적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흐름일 뿐이라며, 김정주 교수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리의 경제활동을 보고하는 정부의 통계, 언론의 경제기사에서 경제발전을 의미하는 수치가 사라지고, 경제성장을 과대 포장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빠졌다는 느낌을 가졌던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공학적인 경제학만이 숫자가 되어 날아다니며 눈과 귀를 어지럽힙니다. 우리는 경제가 성장한다는 의미를 우리네 삶이 나아진다로 생각했지만 좀체 말과 현실이 상부하지 않아 우리 자신의 지적 능력의 결함을 의심하곤 했지요. 그런 환경에서 경제 전문가라며 아는 척하는 헛똑똑이들이 세상을 더욱 혼탁하게 합니다.
불과 반세기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서 3만5000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만큼 세계사적으로 유례없이 쉼 없는 경제성장을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강렬한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진지하게 책 한 권 읽을 여유마저 갖지 못하고 있다며 김 교수는 “그렇다면 한국은 반세기 전과 다름없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해야 하는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발전된 사회일 뿐이다”라고 하며 경제발전론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과거 그 흔했던 우리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이유와 목적에 대한 논쟁이 그러고 보니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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