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 생각과 대한민국 헌법정신(346-351쪽) 2
선언서는 일본의 한국 강점이 “양 민족 간에 영원히 화동할 수 없는 원한의 구덩이”를 깊이 파놓았다고 지적하고, “진정한 이해와 동정에 기본한 우호적 신국면을 타개하는 것이 피차간에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부르는 첩경”이라고 한 뒤, “분노를 품고 원한을 쌓은 이천만 민족을 위력으로 구속함은 동양의 영구한 평화를 보장하는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이로 인하여 동양 안위의 주축인 4억 중국인의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의심을 갈수록 짙게 하여 그 결과로 동양 전국이 함께 무너지고 함께 망하는 비운을 불러올 것이 명백하니, 금일 우리의 조선 독립은 일본으로 하여금 사로에서 벗어나 동양 지지자인 중책을 완전케 하는 것이며 또 동양평화로 중요한 일부를 삼는 세계평화, 인류행복에 필요한 계단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베낀 듯한 내용이었다.
선언서는 “위력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왔도다. 과거 전세기에 연마장양된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신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에 투사하기 시작하도다”라고 하여 ‘도의의 시대’ ‘인도적 정신의 시대’가 왔다고 천명했다. 안중근도 “각각 천부의 성품을 지키고 도덕을 숭상하며 서로 다투는 마음이 없이 제 땅에서 편안히 생업을 즐기면서 같이 태평을 누리는 것”이 문명이라고 생각했다. ‘민족자결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 윌슨이 천명함으로써 새로운 세계사조이자 신문명이 됐지만, 그것은 윌슨의 사상이기 전에 안중근의 사상이었다. 안중근이 생각한 ‘문명’을 선언서는 ‘신문명’이라고 썼다. 안중근의 ‘문명’이 선언서에서 ‘신문명’으로 바뀐 것은 안중근의 생각이 얼마나 선구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선언서는 공약삼장 첫째 장에 “금일 우리의 이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하는 민족적 요구이니 오직 자유적 정신을 발휘랄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하지 말라”고 했다. 민족의 생존. 존영보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정의. 인도를 앞세운 것이다. 정의와 인도는 안중근 사상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이기도 했다. 동물적 힘보다 인간의 도덕을 숭상하는 것이 인도였고, 강자의 횡포에 맞서 약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정의였다.
1948년 7월, 제헌국회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헌법 전문을 작성했다.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3대 가치가 정의, 인도, 동포애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기미독립선언서가 제시한 핵심 가치이자 안중근 사상의 핵심 가치였다. 대한민국 국민이 공유해야 할 핵심가치를 정의, 인도, 동포애로 규정한 이 헌법 전문은 제5공화국 헌법을 제외하면 현재의 제6공화국 헌법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유지되고 있다. 안중근의 생각은 대한민국 국민들끼리의 약속인 헌법에 깊이 스며 있는 셈이다.
시험에 대비하여 교과서를 정리하듯 전우용 선생의 글을 거의 그대로 베꼈습니다. 베끼면서도 느끼지만, 결코 우리에게 빼앗아갈 수 없는 자존심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게 합니다. “지가 뭔 데, 국민의 자존심과 국민의 자부심을 함부로 재단하고 지랄이야. 권력이라고 해야 이제 4년 남았는데…36년의 그 험한 세월을 이겨낸 국민 앞이다 이 놈아.” 혼자서 분을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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