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2.우주 생명의 푸가, 칼 세이건, 홍승수 옮김
창조론과 진화론의 다툼은 달팽이 뿔 위에서의 다툼이 아닐까?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자기 기능 수행에 얼마나 적합한 구조를 하고 있는지를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동물의 왕국’ 같은 영상물들이 꾸준히 방영되고 있는 이유이지요. 이런 우아하기까지 한 생물들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요?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은 ‘위대한 설계자’가 아니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단세포 생물마저 가장 정교하다는 회중시계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회중시계는 자기 조립이 불가능합니다. 회중시계는 진자로 작동하는 벽시계에서 전자시계로 서서히 여러 단계를 거쳐 저절로 진화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위대한 설계자가 모든 생물을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생각은 모든 자연 현상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했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아 주었습니다. 인간은 여전히 그러한 삶의 의미를 갈망하며 현대를 살아갑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마음에 들어 하는, 설계자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생물 세계에 대한 전적으로 인간적인 해석인 것입니다.
그러나 다윈과 윌리스는 설계자가 존재한다는 생각만큼 우리 마음에 들고 또 그만큼 인간적이지만, 설계자의 존재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생명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연선택이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설명입니다. 자연선택은 영겁의 세월 속에서 생명의 소리를 더 아름다운 음악 작품으로 조탁해 왔습니다(이 장의 제목에 '푸가'가 들어간 이유이겠죠?)
화석 기록이 “위대한 설계자의 존재를 증명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설계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종을 버리고 새로 설계해서 또 다른 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 화석 기록과 설계자의 존재 사이에 생긴 모순을 화해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식물과 동물이 모두 그 나름대로 완벽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면, 이렇게 대단한 능력의 설계자가 처음부터 완전하게 의도된 다양성을 실현할 수 없어서야 어디 말이나 되겠는가? 오히려 화석 기록들은 위대한 설계자가 저지른 시행착오의 과거와 그의 미래 예측 능력에 숨어 있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한계는 위대한 설계자에게 결코 어울리는 속성이 아닙니다(이상은 코스모스 75쪽~77쪽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두 주장이 부딪칠 경우 과학적으로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는 증명의 방법을 취합니다. 그래서 얻어진 증거를 가지고 우리는 옳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이고 소위 ‘팩트’를 걸러내는 작업이지요. 그런데 사실에 가치를 섞으면 우리가 사실이라고 열심히 증명했던 과학적 결과물들이 오염이 되고 맙니다. 다시 주장이 부딪치게 됩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어제의 싸움이 오늘의 싸움으로 윤회하듯 다툼을 벌이는 짧은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것입니다. 46억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일어난 사실들을 확인하고, 짐작하면서 코스모스를 읽게 되면 사람들의 주장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켜보게 하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우주의 광대함과 시간의 영겁에 압도되어 댈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든, 자연선택이 진화를 결정하였든,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고 도태된 것들은 사라진 것이 엄연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시면 전지전능하신 증거가 되고 하나님이 만든 자연이 선택을 한 것이 진화라고 하면 하나님의 능력에 오점이 남는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잘못과 실패를 했으면 이토록 신의 전지전능에 목을 매달고 사는지 이해도 될 듯하다가도 정리해서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전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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