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3.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밤하늘의 별들
도시의 하늘에서 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로 저녁에 상가들이 일찍 문을 닫아도, 간판 불을 끄고 가지 않는 점포도 있어 항상 주위가 밝습니다. 당연히 별은 보이지 않지요. 그래도 밤하늘을 보면 일찍 달 옆에 자리를 잡고 있는 별이 있습니다. 그 별이 화성이지요. 전 밝은 별을 보면 샛별이고 금성이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초저녁 밝은 달을 처음에는 금성이라고 생각한 것은 못 배운 탓이었습니다. 이제 화성과 금성은 구별을 합니다.
도시와 달리 시골은 또 다른 밤하늘 풍경이 펼쳐집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히면 내 손 조차도 눈으로 확인이 안 될 정도로 깜깜합니다. 그래서 천문관측을 하는 동호인들이 간혹 찾아오기도 하지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천체망원경을 이용해서 우리 이웃의 별 하나를 본 적이 있습니다. 동호인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접안렌즈에 눈을 가까이 대니, 앵무새 눈동자만 한 크기의 별 하나가 고리를 두르고 망원경 안에서 파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그게 토성이라고 했습니다. 애걔. 저게 토성이라고? 떨기는 왜 떨지? 그래도 신기했습니다. 저 멀리 큰 행성인 토성이 지구에서 초라한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말을 해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아 보이니까요. 토성을 본 시간은 지금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무주읍 하장백리에는 새로 길을 내면서 통행이 끊어진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여름밤이면 그 다리에서 닭을 삶거나, 어쩌다 잡혔다는 멧돼지 고기를 익힙니다. 땅거미가 지면서 시작한 만찬을 마치면 아직도 지열이 따뜻합니다. 차량은 이용을 할 수 없는 다리 위에 자리를 깔고 하늘을 향해 누우면 금방 어둠이 찾아옵니다. 은하수를 본 기억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무수한 별 관측 사진을 영화에서 보면 빈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과학자들은 관측하는 별을 구분하지요. 그런 영화의 한 장면을 내가 누운 바로 위 하늘에서 본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리에 누운 나에게 별이 쏟아지는 환상특급이었지요. 높은 별 아래로 불을 반짝이며 비행기도 간혹 지나가지만 이제는 비행기와 별은 쉽게 구별합니다. 그런데 비행기와 별 사이에도 움직이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인공위성이라고 확신합니다. 별똥처럼 꼬리를 늘어뜨려 사라지지도 않고, 비행기처럼 불도 깜빡이지 않습니다. 밤하늘을 그냥 쭉 가기만 합니다. 하늘이 넓어 오랫동안 보지만 그 움직임은 똑같은 속도로 달립니다. 인공위성이라고 확신합니다. 그걸 본 기억은 인도로 변한 다리와 그 시간을 함께 한 사람과 같이 잊히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살던 이렇게 별은 우리를 유혹합니다. 별에게 유혹당하는 재미만 느낄 줄 알았지, 그들의 움직임을 궁금해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지구의 친구별들이 어떤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지구와 함께 태양의 주위를 도는 친구별들의 궤도를 확인하고 법칙으로 확립한 것이 케플러의 3개의 법칙이라고 3장에서는 소개를 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법칙은 타원형의 원리를 이해하면 그렇겠구나 생각되고, 세 번째 법칙에서 나온 수식은 남의 나라 말 같기만 하되,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일수록 더 천천히 움직인다’는 뜻이라는 것으로 알아듣기로 했습니다.
1571년생 요하네스 케플러가 확인한 법칙이라는데 ‘케플러’에는 놀라지 않았지만, ‘1571년생’에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조선 선조 4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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