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코스모스: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칼 세이건, 홍승수 옮김

무주이장 2022. 4. 13. 17:17

코스모스 : 1.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칼 세이건, 홍승수 옮김

 

지구 둘레 재기

 

기원전 3세기 당시의 거대 도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책임 진 도서관장인 에라토스테네스는 파피루스 책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읽게 됩니다.

남쪽 변방인 시에네 지방, 나일강의 첫 급류 가까운 곳에서는 621일 정오에 수직으로 꽂은 막대기가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짓날에는 한낮에 가까이 갈수록 사원의 기둥들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점점 짧아졌고 정오가 되면 아예 없어졌으며 그때 깊은 우물 속 수면 위로 태양이 비춰 보인다왜 그럴까요?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 그러면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에라토스테네스는 알렉산드리아에 막대를 수직으로 꽂고 621일을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어떨 것 같습니까? 그림자가 없다. 아니다. 그림자가 드리운다. 답은 그림자가 생긴다입니다. 왜요? 에라토스테네스의 생각은 이어집니다.

 

'땅바닥에 고대 이집트의 지도를 그려 놓고 똑같은 길이의 막대기 둘을 구해다가 하나는 알렉산드리아에, 다른 하나는 시에네에 수직으로 세워놓았다고 치자. 어느 때이든 간에 각각의 막대가 그림자를 전혀 드리우지 않는 시각이 있을 것이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실을 전제한다면 그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건 그때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서 비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약 두 막대가 동시에 똑같은 길이의 그림자를 드리운다면 것 역시 평평한 지구에서는 말이 된다. 태양 광선이 두 막대를 비스듬히 쪼이되, 그 비추는 각도가 똑같다는 뜻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시에네의 막대에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데, 알렉산드리아에는 그림자가 생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유일한 해답은 지구의 표면이 곡면이고 그 곡면의 구부러지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그림자 길이의 차이도 클 것이다.' 이것 들으니 쉬운 설명이지만 생각이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 전 신기하기만 합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생각은 이어집니다. 태양이 워낙 멀리 있기 때문에 지구에 다다른 태양 광선은 지구 표면 어디에서나 평행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태양 광선에 대해 각기 다른 각도로 세워져 있는 두 막대는 서로 길이가 다른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두 막대의 끝을 지구 중심까지 뚫고 들어가도록 연장한다면(태양빛은 지구를 수직으로 비추고 막대는 수직으로 세웠으니, 막대기를 길게 연장하면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의 막대 연장선은 평행선이 됩니다) 두 막대의 사잇각은 얼마일까?(알렉산드리아에 세운 막대기의 그림자 각도를 재어 그 각도선을 연장하면 시에네 막대 연장선과 만납니다. 이것과 맞닿는 각도선은 두 평행선 사이의 내각을 만듭니다) 이건 왜 계산하려 할까요? 에라토스테네스는 알렉산드리아의 막대 그림자의 각도가 7도이고 이 말은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가 둥근 지구에서 7도 떨어져 있다는 말이 됩니다(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림이 편하겠지요. 그래서 그림을 첨부합니다) 그래서 7도 떨어졌다는 말과 지구의 둘레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코스모스 48쪽 그림 설명입니다

 지구가 곡면을 가진다면 결국은 원이라는 말입니다. 원은 360도이니까 지구 둘레 전체가 360도가 됩니다. 그럼 7도는 전체의 50분의 1 정도입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부터 사람을 보내 보폭으로 시에네까지를 재었더니 대략 800킬로미터 떨어진 것을 확인합니다. 800킬로미터의 50배이면 4만 킬로미터, 이것이 바로 지구의 둘레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둘레는 40,075킬로미터라는 검색 결과가 나옵니다. 2,200년 전의 실험치고는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한 행성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막대기 두 개와 간단한 수학공식을 사용하고 800킬로미터를 보폭을 세며 걷는 성실함만 있다면 지구의 둘레, 크기를 알 수 있습니다. 지구가 공만 하다. 아니다 그것보다 크다는 추상적인 설명은 필요 없게 됩니다. 안철수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차기 정권의 총리 및 장관들의 인선 과정에 의견을 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 과정을 겪으면서 양당의 합당이나 공동 정권을 만들어 정책을 수행하겠다는 말들이 아무런 증거도 없는 추상적인 말의 향연이라는 것을 몰랐겠습니까? 두 막대기(윤석열이와 안철수를 말합니다)가 수직으로 세워졌는지도 검증을 하지 않았고, 같은 시각에 막대의 그림자를 재지도 않았잖아요? 그저 한 방에 합치면 된다는 말에는 엄밀한 관측과 양당 사이 거리를 보폭을 재며 걷는 성실함도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을 저는 알았는데, 똑똑한 후보님과 보좌진들, 그리고 세상 정치부 기자들이 저보다 우둔하여 그걸 몰랐을까요?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머리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보고 싶어집니다. 이 영감님 대단하시죠?

예스24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