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구 형성 이전 수십억 년으로 가다(2)
우주 공간에서 성운은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되다가 마침내 어떤 계기로, 예컨대 폭발하는 인근 항성의 충격파를 받아 붕괴되기 시작해 새로운 항성계로 바뀌어갈 수 있다. 45억 년 전, 그러한 어떤 계기가 우리 태양계를 만들었다. 100만 년에 걸쳐, 태양계 이전의 가스와 먼지 덩어리가 지극히 천천히 소용돌이치며 안쪽으로 끌려 들어왔다. 붕괴와 회전 속도가 빨라진 구름은 더 짙어지고 납작해지면서, 가운데가 점점 더 불룩해지는 원반 모양이 되었다. 발생기의 태양이 된 것이다. 중심에 수소를 잔뜩 지닌 욕심꾸러기 공은 점점 더 커지다가, 마침내 전체 구름 질량의 99.9퍼센트를 집어삼켰다. 공이 자라나자 내부 압력과 온도가 용융점까지 올라갔고, 태양에 불이 붙었다.
다음에 일어난 일에 대한 단서들은 우리 태양계의 기록 안에-태양계의 행성과 위성, 혜성과 소행성, 풍부하고 다양한 운석 안에-보존되어 있다. 두드러진 특징 한 가지는 모든 행성과 위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같은 평면상에서 같은 방향으로 공전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그와 거의 같은 평면과 방향에서 태양과 행성들 대부분이 자전하기도 한다(태양계에서는 금성과 천왕성 만 다른 행성들과 반대 방향으로 자전한다) 어떤 운동법칙도 이러한 회전의 공통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 태양계에서 관찰되는 궤도가 균일하다는 사실은 행성과 위성 모두가 펑퍼짐하게 돌고 있던 같은 원반의 먼지와 가스에서 거의 같은 시간에 생성되었음을 시사한다.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두 번째 단서는 8대 행성의 독특한 분포에서 찾을 수 있다. 태양계 가까운 네 개의 내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대부분 규소, 산소, 마그네슘, 철로 이루어진 비교적 작은 석질 세계다. 반대로 네 개의 외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가스행성이다. 이들은 고체 표면이 없고, 깊이 들어갈수록 짙어지는 대기로만 구성되어 있다. 세계가 이렇듯 양분된다는 사실은 태양계 역사 초기, 즉 태양이 태어난 지 수천 년 이내에 강력한 태양풍이, 남아 있던 수소와 헬륨을 더 차가운 영역까지 멀리 날려 보냈음을 시사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에서 충분히 멀어진 이 휘발성 기체가 냉각되고, 응축되고, 모여서 나름의 천체가 될 수 있었다. 반대로, 뜨거운 중심 항성 가까이에 남아 있던 더 굵고 광물이 풍부한 먼지 입자들은 재빨리 한데 뭉쳐서 석질의 내행성을 형성했다.
우리는 빅뱅의 시기를 어떻게 짐작할까? 천체물리학자들이 멀리서 움직이는 은하를 관찰해 얻은 측정치는 우주가 45억 년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음을 가리킨다. 모든 은하가 우리에게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도플러 편이(이른바 적색 편이) 데이터는 은하가 멀면 멀수록 더욱더 빨리 물러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 우주적 녹화테이프를 거꾸로 재생하면, 모든 것이 약 137억 년 전의 한 점으로 수렴한다. 그것이 빅뱅이다. 가장 멀리 있는 이 천체들의 일부에서 오는 빛은 130억 년 넘게 우주공간을 가르며 여행하고 있다.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은 우주 역사 내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반복되어온 한 편의 드라마였다. 모든 항성과 행성은 진공에 가까운 희박한 우주 공간의 가스와 먼지에서 생겨난다. 물질을 이루는 각각의 입자는 너무 작아서 우리가 일일이 맨눈으로 볼 수 없지만, 은하 건너편에서 항성을 형성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구름들은 총량이 워낙 막대해서 관찰할 수 있다. 수십억 년 전, 중력이 태양계의 산파 역할을 했다. 태양은 한 배에서 난 꼬마 행성들 속에서 고독한 거인으로 출현했다. 핵반응이 태양의 표면에 불을 질러 이웃 행성들을 빛과 온기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우리 고향은 살아 있는 세계가 되는 방향으로 머뭇머뭇 첫 발을 내디뎠다.
흑암, 빛, 성운, 태양이 점화하는 순간, 지구가 버무려지는 순간을 보는 것은 황홀한 순간이었다. 누가 이 광경을 보았을까. 창조주의 징후는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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