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억 년 전에서 2022년 3월 23일까지의 시간 여행
어제부터 밤을 새워 여행을 갔다. 무려 137억 년을 거슬러 올라갔다. 지구의 처음은 지옥과도 같았다. 그래서 이름을 명왕이온(Hadean eon)이라고 지은 모양이다. 어떤 여행이든지 여행객이 아무 것도 모를 때는 안내인을 잘 두어야 한다. 지치지 않고 설명하되, 여행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스마트한 가이드를 만났다. 그것도 두 명이나. 광물학자인 로버트 M, 하인즈의 창의성과 그의 글을 번역한 김미선이라는 가이드의 출중함에 꼬박 밤을 새웠음에도 피곤함이 없다. 김미선 가이드의 설명은 군더더기도 없고 설명에 모자람도 없고 문장이 깔끔했다. 대단한 가이드를 만난 행운에 여행 내내 행복했다. 지구를 시간 여행 하는 목적은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의 시각으로 우리 지구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광물이 어떻게 지구 생물의 진화를 도왔을까? 박문호 박사의 강의를 들은 경험이 여행 내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감사할 분이 추가되었다. 내가 다녀온 여행기다.
1. 지구 형성 이전 수십억 년으로 가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빅뱅을 준비하시고 계셨다. 빅뱅 이전에는 부피도 시간도 없는 비울 것조차도 없는 세상이었다. “흑암이 깊음 위에”있었다고 성경은 적고 있다. 우리 우주는 하나의 원자핵보다 부피가 작았다. 극도로 압축된 우주는 균질에너지로 시작했고, 완벽한 균일성을 망칠 입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 우주가 순식간에 팽창했다. 공간 속으로 들어간 것도, 공간 밖의 다른 어떤 것(우리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속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었지만, 부피 자체가 여전히 뜨거운 에너지의 형태로 출현해 점점 커졌다. 팽창하면서 존재는 식어갔다.
중력은 우주적인 덩어리를 빚는 거대한 엔진이다. 중력이 원자들을 공통의 중심을 향해 안쪽으로 끌어들여 하나의 행성을, 다시 말해 중심핵에 어마어마한 압력이 걸리는 거대한 수소로 이루어진 기체 공을 형성한다. 막대한 수소 구름이 붕괴하는 동안, 항성을 형성하는 과정이 움직이는 원자들의 운동에너지를 원자들이 뭉쳐진 상태의 중력 위치 에너지로 바꾸고, 이 위치에너지는 다시 한 번 열로 바뀐다. 수소 공의 중심핵은 결국 수백만 도의 온도와 수백만 기압의 압력에 도달한다. 극한의 내부압력과 열은 계속해서 핵융합을 촉진했다. 항성의 중심핵에서 양성자 두 개를 가진 헬륨 원자들이 융합해 양성자 여섯 개를 가진 생명의 필수 원소 탄소가 되었고, 그 순간 새로이 맥동하는 핵에너지가 중심핵을 둥글게 둘러싸는 원자층에서 수소융합을 촉발했다. 다음에는 중심핵의 탄소가 융합해 네온이 되고 네온이 융합해 산소가 되고, 다음엔 마그네슘, 규소, 황 등등이 뒤를 이었다. 빅뱅 이후 수백만 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주기율표에서 첫머리에 나오는 스물여섯 가지 원소 대부분이 핵융합에 의해 많은 개별 항성 안에 생겨나 있었다.
철이 이 핵융합과정이 갈 수 있는 종착점이다. 수소가 헬륨을, 헬륨이 융합해 탄소를 생성할 때에도, 다른 모든 융합 단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풍부한 핵에너지가 방출된다. 하지만 철은 다른 어떤 원자핵보다 낮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철은 중심핵이 타고 남은 마지막 재이므로, 철을 다른 뭔가와 융합시키는 방식으로는 어떤 핵에너지도 추출할 수 없다. 그래서 최초의 거대 항성이 필연적으로 철질의 중심핵을 생성한 순간 게임은 끝났고, 결과는 파국적이었다. 중력은 질량을 중심 쪽으로 끌어당기고, 핵반응은 질량을 중심 밖으로 밀어내던 안정한 평형이 깨지자 중력이 한순간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난폭하게 권력을 인수했다. 항성 전체가 엄청나게 순식간에 안쪽으로 무너진 나머지 저절로 다시 튀어나와 폭발하면서 최초의 초신성이 된 것이다. 항성은 갈기갈기 찢기면서, 질량의 대부분을 밖으로 날려 보냈다.
초신성이 뱉어낸 이 파편이 스스로 만들어낸 원소를 우주공간에 심어 탄소, 산소, 인, 황 같은 이른바 ‘생명의 원소’들이 특히 풍부해지고, 많은 흔한 암석의 조성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지구형 행성의 질량 대부분을 형성하는 마그네슘, 규소, 철, 알루미늄, 칼슘도 가득했다. 이 원소들은 전에 없던 색다른 방식으로 융합해 26번을 훌쩍 넘어가는 주기율표의 모든 원소를 만들어냈다. 화학이 탄생한 것이다.
성운이라 불리는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광대한 성간 구름은 저마다 예전에 존재했던 많은 항성의 파멸을 상징한다. 새로운 성운은 모두 이전의 성운보다 철이 풍부했고, 수소는 약간 모자랐다. 옛 항성이 새 항성을 낳으며 서서히 우주의 조성을 바꿔가는 순환이 137억 년 동안 계속되어왔다. 무수한 은하에서 무수한 항성이 출몰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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