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10억 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 최덕근 지음, Humanist간행

무주이장 2022. 3. 22. 19:24

10억 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 최덕근 지음, Humanist간행

 

  상상 속의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침묵의 상징, 과묵함의 대표인 돌이 과거의 시간을 재잘대고, 이미 죽어 화석이 된 삼엽충의 가까운 이웃들이 저기에 같이 살았다고 증거를 들이대며 히말라야가 바로 저기 옆이었다고 알려준다며 말하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지구가 한 때 스노볼(snowball)이었고 덥다는 적도까지 빙하에 덮였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대륙은 10억 년 전에 로디니아 초대륙이었고, 한반도는 두 덩어리의 땅이 합쳐져 2000만 년 전 현재의 모양이 되었다고 하며, 앞으로 5000만 년 후, 그리고 2억 년 후에는 다시 대륙들이 뭉쳐지는 아마시아라는 새로운 초대륙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그 자리에 묵묵히 존재하는 암석들과 그 암석들이 품고 있는 고생물들의 화석을 근거로 그들은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암석의 생성시기를 지르콘 광물의 연령분포를 확인하여 알아낸다. 같은 시기에 암석이 생성될 때, 그 암석에 갇힌 고생물이 유사하면 그들은 한때 붙어있었거나, 인근에 존재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한반도의 땅이 두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다고 말하며 이들이 어느 땅과 어느 땅이 서로 충돌하면서 붙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판 구조론을 이용하여 현재의 유라시아 대륙이 어느 쪽으로 얼마 큼의 속도로 이동하고 이를 비교적 빠른 속도로 바짝 따라붙는 다른 대륙이 5000만 년 후 지구의 대륙이 어떤 모양을 이룰 것이며, 2억 년 후에는 아마시아라는 초대륙으로 다시 뭉칠 것이라고 예견을 한다. 오 마이 사이언스!

 

  지구가 한 때 빙하에 모두 덮였다고 주장한다. 열대지방까지 빙하로 덮였다고 한다. 스노볼(눈덩이 지구) 가설이다. 어떻게 그것을 알았을까? 그 주장의 배경은 신원생대 빙하퇴적층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대륙에서 골고루 발견되었고, 이 빙하퇴적층 바로 위에는 항상 두께 수 미터 또는 수십 미터의 백색 석회암층이 놓이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빙하가 지구를 모두 덮으면, 바다와 대기 사이의 상호 작용이 끊어져서 대기와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이산화탄소 농도의 평형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바다와 대기의 교류가 끊어졌다고 해도 빙하 밑 지구에서의 화산활동은 멈추지 않는다. 이는 지구 내부의 판구조운동에 의하여 해령과 호상열도, 열점에서 화산이 계속 분출하기 때문이다.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체 중에서 가장 많은 성분은 수증기로 약87%이며, 이산화탄소는 12%로 그다음으로 많은 성분을 차지한다. 수증기는 분출하자마자 곧바로 응결하여 바닷물과 섞이지만 이산화탄소는 기체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이산화탄소는 가벼운 기체이기 때문에 빙하 곳곳의 갈라진 틈을 따라 대기로 방출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은 꾸준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기체이고, 호프만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크게 늘어난 어느 시점에 대기의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빠르게 올라갔다고 한다. 대기의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오르면, 바다를 덮고 있던 빙하는 빠르게 녹았을 것이고, 그러면 대기와 바다의 교류가 다시 시작되어 대기 중에 들어 있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에 녹아들어 가게 된다. 이 이산화탄소가 바닷물 곳곳에 들어 있던 칼슘과 결합하여 탄산염광물을 침전시켰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므로 빙하퇴적층 위에 곧바로 석회암층이 쌓였다는 설명인데, 사람들은 이 석회암을 덮개석회암이라고 불렀다. 이 역시 오 마이 사이언스!다.

 

  이러한 시간 여행은 저자가 당초 예상했던 1억 년 전이 아니라, 5억 년 전으로 더 나갔고, 결국에는 7억 년 전으로 다녀오는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녀온 현실의 시간은 40년이었다. 그것은 교수로서의 재직한 기간이었고, 퇴직을 한 지금도 아마 그는 시간 여행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최교수님을 따라 나도 같이 시간여행을 했다. 한반도에 발을 딛고 중한랜드와 남중랜드가 한반도의 과거 떨어진 땅덩어리를 품었던 곳이며 이를 지질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타임머신을 타고 확인을 한 듯했다. 이제 같이 준비했던 로버트 M. 헤인즈가 지은 지구 이야기를 통해 46억 년 전까지 시간 여행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여행이 끝나면 137억 년 전 빅뱅을 보러 코스모스를 찾아 다시 읽을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나 과학의 세계는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오 마이 사이언스!

(이런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도 영광을 돌립니다. 오 마이 갓!)

예스24에서 빌린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