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대한 의문 해소,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전영미옮김, 출판사는 부.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는 기사에 붙은 사진은 회사에서 해고된 직장인이 사물을 담은 박스를 들고 회사문을 나서는 쓸쓸함이 가득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1997년 IMF 외환위기사태를 겪을 때의 고통이 생각났습니다. 급여에 맞춰 생활하던 동료들은 너도나도 가진 예금과 보험을 해약하여 생활비에 보탰습니다. 갑자기 아이들의 학원을 끊을 수도 없고, 생활 규모를 하루아침에 줄일 수도 없었습니다. 예상되었던 수입이 주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었습니다. 곧이어 해고의 칼이 춤을 추었습니다. 본사 인사부가 휘두르던 칼은 각 부서의 임원에게 주어졌습니다. 각 부서가 정해서 감원 대상자를 인사부로 통보하라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권한에 힘겨워하는 임원이 있는가 하면, 쥔 칼로 위협하며 권한을 자랑하던 꼴사나운 임원도 있었습니다.
꼴 사나운 임원을 만나는 것은 운입니다. 그런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은 불운입니다. 하루하루 힘겨운 회사 생활 중 만난 책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였습니다. 회사에서 밀려나는 것은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버틸까를 생각하던 것이 일상이었는데, 갑자기 책의 내용이 내 머리를 때렸습니다. 한 번 읽고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내가 회사를 먼저 그만두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하루하루 쌓이는 스트레스와 불만족스러운 건강상태, 쥐꼬리 만한 월급, 전망 없는 미래 등등 내가 그만 둘 이유는 차고 넘쳤습니다. 저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따로 사업을 하려던 생각은 아내의 만류로 재취업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또 15년의 세월을 보내고 이번에는 마음 편하게 회사의 정리 해고를 받아들였습니다. 내가 사표를 쓰는 것보다는 회사가 정리를 해주는 게 협상을 통하여 퇴직금의 추가와 고용보험자격 취득에 유리한 것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딜 가든 살아갈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나의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한 책입니다.
그런데 한명숙 전 총리가 이 책을 비판한 글을 읽었습니다. 왜?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한 전 총리는 다른 생각을 하는가 보다 생각하고는 잊었는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을 읽으면서 왜 한 전 총리가 비판을 했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해고되어도 불평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같은 자기계발서”
“급격히 성장하는 분야인 경제 자기계발서들도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다운사이징에 적응하도록 일조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1000만 부가 팔렸는데 기업에서 뭉텅이로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 준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나치게 분석하고 불평하는 인간의 위험천만한 속성을 극복하고 쥐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 직장에서 쫓겨나면 조용히 입 다물고 나와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 재빨리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 정리 해고 희생자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책에 대한 주장입니다. 책이 나온 배경이나, 책이 주장하는 내용을 사전 지식도 없이 읽고는 제가 취한 행동들이 그나마 종전보다 나은 결론을 얻으므로 해서 생긴 무지였습니다. 해고되어도 재빨리 돌아다녀라는 충고를 내가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겠다는 충고로 이해한 택이지요.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은 낙관주의가 기업과 교회, 심리학에 깊이 뿌리내려 산업화된 과정과 그 결과들이 미국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마음속 깊이 낙관하는 전망을 뚜렷이 새기면 마음대로 이루어진다는 망상을 이용하여 사회의 책임, 기업의 책임, 이웃의 책임은 면피되고, 각 개인의 흥망성쇠는 오직 자기의 태도에 따라 결정되므로 누구도 원망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고착시켰다고 비판합니다. 그녀는(유방암에 걸린 전력이 있으므로 여성이 분명합니다. 전 사실 어떤 경우에는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별 않고 책을 읽기도 합니다.) 결론을 이렇게 맺습니다. 인용하면서 글을 끝냅니다.
“ 부유하고, 성공을 거두고, 충분히 사랑받은 사람이라고 행복이 당연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복한 환경이 필연적으로 행복이라는 결과를 낳지 않는다고 해서 생각과 감정을 교정하는 내면으로의 여정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현실적이며, 자기 몰입에서 벗어나 세상 속에서 행동을 취해야만 없앨 수 있다. 제방을 쌓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고, 치료제를 찾아내고, 긴급 구조 요원들을 강화하자! 이 모든 것을 다 잘 해낼 수는 없으며 어쩌면 한 가지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행복해지는 내 나름의 ‘비법’을 공개하며 이 책을 맺으려 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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