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한 일
제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 폭력적인 선생님이 많으셨지요. 어떤 분은 문패를 만드는 나무를 이용해서 뺨을 때리거나, 아예 도구는 사용하지 않으시고 손목시계를 푼 뒤 권투를 하던 분도 있었고, 격투기를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박봉에 시달리면서 집에서는 아내의 바가지를 들어야 했고, 학교에서는 말을 듣지 않는 사춘기 소년들과 시루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었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간혹 학생을 훈육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몽둥이에 ‘사랑의 매’라고 턱도 없는 문구를 새긴 선생님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행위는 ‘사랑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당시가 아니고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든 생각일 뿐이지만, 이해를 한다고 끝나는 일도 아닙니다. 아직도 눈에 선한 선생님들이 호감으로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저는 성적이 괜찮았던 편이라 수업 전 마수걸이에도, 수업 중 시범 케이스에도 잘 걸리지는 않았지만 폭력이 난무하던 교실의 살벌한 음향과 액션은 지금도 귀에 생생합니다. 당시 맞았던 나의 친구들이 무사히 트라우마를 극복 했길 기도합니다.
나와는 한때 잠시 만나는 학교 선생님의 폭력도 쉽게 잊히지 않는데, 평생을 봐야 하고, 어릴 때는 하나님과도 같은 부모에게서 당하는 폭력은 어떤 인상을 남길까요. 이삭은 아버지와 같이 사흘을 걸어 제사를 지내러 갑니다. 이삭은 화제를 지낼 장작을 지고 걷고, 아버지 아브라함은 불과 칼을 들고 걸었습니다. 아무 말이 없었던 아브라함과 먹지도 않고 걸었던 사흘 길이 이삭에게는 말은 없지만 큰 소리로 들리는 끔찍한 소식이란 것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외아들인 자기를 어린 양 대신 제물로 사용할 것임을 짐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삭은 자기를 제물로 바치는 아버지의 입장을 ‘사랑 때문'이라고 이해하려 합니다. 제단에 누워 아버지가 든 칼이 내려오는 것을 봐야 했던 이삭은 하나님이 “그 아이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마라.”고 명령하던 그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못했습니다. 하나님은 풀려난 이삭에게 여러 말을 했지만 이삭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아버지가 든 칼과 무서울 정도로 찌그러진 아버지의 표정만이 기억났습니다. 아버지의 사랑때문에 칼로서 자신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불에 태워질 것이라는 당장 닥칠 일만 상상하는 것으로도 모든 신체감각은 정지되었습니다. 아무리 하나님이라고 해도, 듣기를 거부한 이삭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산을 내려와 갈 곳을 정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아버지의 집으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이삭이 간 곳이 과연 하나님이 정하신 곳이었을까요?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과 자기를 죽이려다 말린 하나님과 헤어진 후 산을 내려와 광야를 걷습니다. 하지만 이삭은 아직도 그 밤에 하나님에게서 들은 말들을 다 풀지 못한 채였습니다. 그가 간 곳은 어디일까요? 이삭의 마음 속 트라우마는 어떻게 그의 인생을 바꿀까요? 이승우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다음 소설을 읽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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