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1.

무주이장 2022. 8. 30. 13:11

소돔의 하룻밤: 롯 아내의 진술.

 

 이승우 작가의 소설입니다. 창세기 아브라함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성경을 번역했다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번역자의 시선은 성경을 기록한 자의 시선과는 다릅니다. ‘작가의 말입니다.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성경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누가 듣느냐에 따라서도 이야기는 다양해집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고, 읽은 후, 전해주는 이야기도 다채롭습니다. 저는 작가가 인간의 마음으로 접근하면서도 빠뜨린 사람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롯의 아내의 시선입니다.

 

 남편은 삼촌인 아브라함과 헤어져 물이 많은 요단 골짜기, 소알 쪽으로 왔습니다. 요단 평원의 성들 가운데 살다가 소돔에서 가까운 곳으로 옮겨 왔습니다. 도시란 곳이 원래 그렇듯이 사람들이 많고, 사람들이 많으니 물건들이 모이고, 돈이 흘렀습니다. 돈이 있는 곳에는 욕망이 꿈틀거리며 욕망과 욕망은 부딪히며 싸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자가 살기에는 힘이 들 것 같기도 하지만, 남편의 재물이 많으면 힘들기보다는 편리한 곳이 도시입니다. 남편의 아내로 보호받으며 살림을 살기에는 골짜기보다는 도시가 훨씬 수월하고 매력적입니다.

 

 남편이 소돔의 성문 가까이에 매일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습니다. 성 안의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님은 분명했습니다. 삼촌인 아브라함이 남편에게 어떤 소식을 전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저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나 아내는 남자나 남편에게서 중요한 이야기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물을 수도 없지요.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 남편이 어느 저녁 두 사람의 손님을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그들이 누구인지, 왜 왔는지 모른 채 저녁을 차렸고, 딸들과 집안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려는 데, 밖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소돔의 남자들이 대문을 걷어차며 집안의 손님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피웠습니다. 남편이 나갔습니다. 남편의 말은 걱정스러워 날카로워진 제 귀에 하나도 빠짐없이 들렸습니다. 남편의 심장이 놀라서 뛰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습니다.

형제들이여 이런 나쁜 일을 하면 안 되오남편이 만류를 하였습니다만, 설득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 나에게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없는 딸 둘이 있고, 그 애들을 드릴 테니 당신들 좋을 대로 하시오.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아무 짓도 하지 마시오. 그분들은 내 집에 들어온 손님이기 때문이오.” 이런 황당한 말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놀라 잠 못 이루던 딸들이 듣지 않았나 걱정이 되어 딸들이 있는 곳을 돌아봤지만 그곳에서는 어떤 기척도 없었습니다. ‘저런 죽일 영감이 있나대문을 열고 뛰쳐나갈 판이었습니다.

저리 비켜라! 이놈이 우리 성에 떠돌이로 온 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훈계를 하려 들다니! 저 사람들보다 네 놈이 먼저 혼 좀 나야 되겠구나.” 그들은 남편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깐, 대문이 부서져라 흔들렸습니다. 손님 두 분이 언제 왔는지, 대문을 열고 남편을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는 대문을 잠갔습니다. 소돔의 사람들이 어떤 영문인지 더 이상 대문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집을 떠나는 것을 남편은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손님의 손에 이끌려 나오는 와중에도 남편은 여전히 두고 온 소돔의 재산이 아까워 가기를 주저했습니다. 손님 중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살려면 이곳을 피해야 하오. 골짜기 어디에서든 뒤를 돌아보거나 멈추지 마시오. 산으로 도망가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들도 죽을 것이오.” 남편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산에서 가축을 기르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싫다는 눈빛이라는 것을 저는 알았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성은 도망가기에 가깝고도 작은 성이니 저 성으로 도망가게 해 주십시오.” 남편의 마음이 제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도망 중에 뒤를 돌아본 것은 유황불이 떨어지는 소리에 놀랐거나, 소돔성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하는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내 살림이 있는 곳, 내가 살면서 정이 들었던 도시를 떠나는 아쉬움에 돌아본 것뿐입니다. 그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저 딸 둘을 낳고 남편을 따라 살았던 내 인생에 의미가 없었다는 것과 소외된 마음에 기둥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고작 그런 소금기둥입니다.

 

 조그만 성, 소알로 도망간 롯은 소돔이나 소알이나 자기 신분은 이방인이란 것을 인식하자 두려움에 두 딸과 함께 소알을 떠나 산으로 이사해 동굴에서 살았습니다. 그들은 아브라함의 자손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모압과 암몬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예스24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