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일주일. 최진영 소설. 자음과 모음 간행 2

무주이장 2024. 2. 12. 13:33

현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들

 

 ‘일요일’에서는 아이가 현장실습장을 회피하려는 것을 선생이 막고, 같이 일하는 어른들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강요하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책임감 없음과 공동체 의식 없음은 지금 어른들의 과거 그들의 젊은 시절과 비교하면 분명한 것처럼 언뜻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을 과거의 강요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해합니다. 아이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이제 강요가 어렵습니다.

 

 현장실습생이 실습할 장소는 산골의 학교가 아닌 이상 선택의 여지가 넓습니다. 정년이 훨씬 지난 늙은이도 받아들여야 하는 작은 공장의 입장에서는 젊은이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유의하면 나은 실습장을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급여의 일정 부분을 덜 주는 것도 합법인데 젊은 고등학생이 온다는데 반기지 않을 공장은 없습니다. 이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는 학생들이 실습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회사일 수도 있습니다. 실습생 관리가 귀찮은 회사의 역설입니다.

 

 작가가 요청한 발문의 제목이 ‘지금 도망할 준비가 되면’(박정연)입니다. 박정연은 글의 마지막에서 “가끔은 도망치면서 살길, 이 결심에 죄책감은 느끼지 않기로 했다.”라고 글을 맺습니다. 청춘들이 숨 막히는 현실에 살면서 간혹, 어쩌다, 한참 만에 꿈꾸는 잠깐의 일탈조차도 스스로의 죄책감으로 실행 못하는 안타까움에 잠시라도 도망치라고 권하는 말입니다.

 

 은유 작가의 글이 2019년 작품이고, 최 작가의 이 소설이 2021년 발표되었습니다. 그리 오래된 작품도 아닌데 너무 문학적이고 감상적인 대응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박정연 작가의 글은 언제 쓰인 글인지 알지 못합니다만 그때 그 시절의 작품으로 짐작합니다. 오지랖을 떨어봅니다.

 

 현장실습을 가는 학생들에게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이 선생의 도움으로 어떤 현장에 실습을 가시더라도 거기에서 위험한 요소가 있으면 작업을 중단하십시오. 누구나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는 어른은 없습니다. 위험을 강요하는 경우에는 현장을 벗어나세요. 기계가 고장 났는데 가르쳐줬으니 네가 고치라고 하면 못 고친다고 하시면 됩니다. 누가 혹시라도 때리면 신고하세요. 아니 신고하겠다고만 말하세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현장의 위험을 어른들도 모르니 같이 일을 하고 일을 시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공장에서 배우는 기술은 그렇게 중요한 기술이 아닐 경우가 많습니다. 기계가 알아서 하고 여러분들은 거들기만 하면 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기계를 배운다는 말은 기계를 속속들이 알아 고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기계를 작동할 수 있다는 말에 불과합니다. 기계를 수리하는 것은 익숙한 기술자가 따로 있습니다. 그건 사장도 압니다. 그러니 기계가 섰다고 기계가 멈춘 채로 뭔가를 토해내는 소리를 냈다고 겁에 질릴 필요가 없습니다. 보고하고 퇴근하시면 됩니다. 작가가 말한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작가의 마지막 문단은 잊으세요.

 

 지금 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미래 삶의 태도를 확정 짓는다는 어른들의 말도 믿지 마세요. 어쩌면 삶을 사는 태도는 개인의 소양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사회적 조건에 따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심리학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을 비판하는 사회 심리학도 있습니다. 작가와 교사는 가르치기 전에 배워야 합니다. 배워야 가르치죠. 옛날 우리 선생들처럼 고리타분한 지식과 폭력으로 가르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을 귀히 여기지 않는 기술과 직업은 사라질 것입니다. 적어도 몸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다만 마음을 다치는 일이 많아지니 어차피 근로자에게 변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사람을 경시하는 지침과 지시는 엉터리일 뿐이고 일부 바보 근로자들과 사장들만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잘못 배워 잘못 사는 어른들에게 무언가 배울 게 있다는 것은 억지이고 착각입니다. 상종을 마세요. 상종 않아도 될 수 있는 세상이 적어도 되었습니다.

 

 점점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것은 좋은 세상의 징표입니다. 올바른 지침에 근거한  자기주장을 가질 수 있도록 사실과 철학을 가르치고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을 교사와 작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작가와 달리 아는 현장실습생도 있고, 경험도 있다는 이유로 최 작가의 작품에 딴지를 걸었습니다. 경험을 했다고 권리가 생긴 것도 아닌데 훈계하는 늙은이가 되었습니다. 이 점, 최 작가께서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