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일주일. 최진영 소설. 자음과 모음 간행 1

무주이장 2024. 2. 12. 13:12

일요일

 

 청소년들이 어찌 사는지 아이들을 다 키운 저는 잘 모릅니다. 아니 키우고 있다고 해도 잘 모를 것입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를 하는 요령은 아직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이렇게 최진영 작가의 글을 보면서 청소년들의 삶의 일부라도 짐작할 뿐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다니던 세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돈을 빨리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을 가진 주인공 아이는 특성화고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친구는 외국어고등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는데 반해 공부도 부모의 경제적 능력도 떨어지는 입장에서는 선택의 제한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가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습을 위해 일하게 된 공장에서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어른들의 말과 집에서 들었던 아버지의 말이 겹쳐지고 다시 들리면서 든 의문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좋아졌다. 살기에 좋은 세상이다’라고 하면서 ‘요즘 애들은 공동체도 책임감도 모르고 쥐똥만큼 일하고는 돈만 가져가려 한다’는 어른들의 비난에 그는 의문을 가집니다. 어른들은 과거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았던 젊은 시절의 행동을 왜 좋은 세상이 된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고 젊은이들에게 강요를 할까 이상하게 느낍니다.

 

 이 글은 작가가 다른 작가 은유의 작품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고 썼다고 밝힙니다. 아마도 은유 작가의 글은 아이들이 참여한 현장실습 케이스의 부조리들을 고발한 글이라고 짐작이 됩니다. 최 작가의 글도 현장실습을 하는 아이를 중심으로 글을 풀고 있으니까요. 작가는 책의 뒷부분 에세이 ‘사사롭고 지극한 안부를 전해요’에서 “정말 걱정이 많았다. 세상의 다양한 청소년을 정형화된 틀에 가두는 것만 같아서. 편견과 고정관념을 답습하는 것만 같았고, 자신 없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도 글을 계속 쓰자고 보채는 자신을 느끼면서 조금만 더 친해지자고 스스로를 독려하며 이야기를 썼다고 합니다.

 

 모든 현장실습생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유독 어려운 환경에서 일을 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특히 현장에서 죽은 아이들을 이야기하면 거기에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움이 더욱 짙어집니다. 과거 법은 있는데 법대로 지켜지지 않는 고달픈 현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 전태일은 근로기준법 책을 쥐고 분신을 했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이 조금씩 개선은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현실과 법은 언제나 일정한 거리가 있습니다. 세상은 법을 지키려는 사람과 법을 피해 이익을 보려는 사람이 항상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