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사in 잡지 읽는 것이 조금씩 지체되고 있습니다. 여행을 갈 결심을 하고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과거 내돈내산 했던 영어교재보다 훨씬 좋은 교재들이 인스타그램에도 유튜브에도 값없이 나와 있어 거기에 빠지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 주간지 읽기를 몰아 보게 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이면 배송되기에 화요일까지 다 읽으려면 몰아 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어느 꼭지의 기사든 빼지 않고 읽는다는 점은 말하고 싶습니다.
나경희 기자가 심상정 의원을 인터뷰한 기사를 읽다가 그의 무책임함과 면피성 발언에 조금 격분하여 제 생각을 정리합니다. “Keep your pants on, Hwan."
심상정은 현실 정치인입니다. 검색하니 소속정당이 녹색정의당으로 나오네요. 정의당의 이름이 어떻게 변했는지 관심이 없어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심 의원의 사무실에는 ‘우공이산’이란 글귀가 액자에 갇혀 걸려있다고 합니다. 우공이 산을 옮겼다는 말이죠. 신영복 선생이 생전에 써준 글귀라고 하는데, 우공을 어리석은 노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심 의원과 어리석음은 상통하지만, 우공의 행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니 얼른 액자를 내리는 것이 옳을 듯도 합니다.
심 의원은 ‘류호정을 데려온 게 심상정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류호정을 지정한 것은 당원투표로 결정된 것이니 자신이 ‘발탁’ 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합니다. 류호정은 아니지만 장혜영의 입당을 권유한 것이 ‘발탁’이라면 장혜정에 대한 사안에서만 맞는 표현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직접 입당을 권고하지 않았으니 내 책임 아니다. 스멀스멀 빠져나가는 말에서 그와 절실함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불신이 갑니다.
기자가 다시 2020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비례공천을 할 것인가를 묻자 그는 “위성정당에 당해봤기 때문에(웃음) 지금이 그때라면 많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점 더 신중할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최근 들은 얘기지만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비례공천을 ‘퐁당퐁당’으로 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그는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인하여 바뀐 선거제도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무얼 믿고 1:1의 비례의원 추천을 거부한 것인지 당시 그의 욕심을 듣고 싶었고 그의 착각이 무엇이며 그것을 후회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그의 인터뷰 기사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습니다.
심상정의 심리를 분석한 내용을 그의 책에서 뺐다는 말도 들은 기억이 났습니다. 듣기 싫은 얘기라도 모두 수용할 테니 솔직한 평을 요구한 처음과 달리 나중은 듣기 싫고 보이기 싫은 부분은 뺀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면서 그의 솔직함을 믿지 못하게 된 것도 있지만 몇 가지의 명백한 과거 사실을 고백하지 못하는 것에 현실정치인의 근거 없는 욕심을 느꼈습니다. 절실함을 나눌 정당은 그 정당의 소속원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류호정의 최근 행동과 말이 뼈아픈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나경희 기자는 류호정 의원은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정도의 의석을 갖고,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법안을 내면서, 우리가 가장 진보적이라 자위하는 정치는 필요 없다"라고도 했다며 그의 소회를 물었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정도의 의석을 가지기 위해서 무수한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땀의 긴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사람은 고쳐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을 보는 눈은 자신의 눈높이와 다름 아닙니다. 그런 사람을 자기는 데려오지 않았고 그건 당원들의 뜻이라고 변명하면서 정작 정의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사람들이 탈당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결국 제3정당으로서 미래를 열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합니다. 또한 거기에 부채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현상을 읽어내는 것은 입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을 실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제가 그의 앞으로의 행동을 믿지 못하는 것은 그의 과거의 행동 때문입니다. ‘미래를 여는데 실패’ 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기회를 욕심으로 망치는 그의 좁은 시야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바랍니다.
정의당의 유명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의 지지율이 떨어져 지역구에서는 한 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최근 여론조사 결과라고 합니다. 비례라고 무엇 그리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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