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끝은 끝으로 이어진. 박승민 시집. 창비시선448. 6

무주이장 2024. 2. 12. 09:07

 로드 킬이라는 말을 아시죠? 우리 편하자고 만든 길에서 빨리 가자고 타는 차에 치여 죽은 동물을 가리켜하는 말입니다. ‘길에서 살해당한 동물’

 

 젊은 시절 고향 친구는 일찍 학교를 그만두고 이일 저일 하며 가난한 집안을 받쳤습니다. 여기저기 전전하다 트럭운전을 배웠고 추석이나 설 명절에는 고향에 잠깐 들러 지난 명절 이후 벌어진 자신의 무용담을 소주 한 잔을 걸치며 펼칩니다. 그 친구가 한두 번 오지 않더니 간 만에 왔고 그는 교도소에 갔다 왔다고 고백했습니다.

 

 부산 남산동 고갯길을 내려가다 사람을 치었는데 그만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기는 다행으로 친사람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한때 탕 뛰기 화물차 운전자들은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말을 하며 서로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중상자는 치료비도 많이 들고 합의도 쉽지 않다며 하는 말이었습니다.

 

 가난은 사람을 병들게 합니다. 그때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보험도 좋아져 사망사고를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사망사고는 일단 구속된다는 말이 상식이 되었기에 그렇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가난의 때를 벗겼으니 병이 나아졌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을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수단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거리를 배회합니다.

 

 사람은 부자가 되면 행복해지고 행복은 전염되는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에 딱 430만 원(?) 벌 때까지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심리실험 결과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연봉 5천만 원을 훨씬 넘어 필요 없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닐까요?

 

 시인은 앞을 보고 달리라고 충고합니다.

 

옆만 보고 달렸다

 

 툭, 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속도계를 더 밟아버렸다 뿔이 쇤 어미보다 더 놀란 새끼 노루의 눈망울이 숲으로 뛰었고 차들은 옆만 보고 달렸다 밤새도록 같은 길만 지나갔다 울퉁불퉁하던 길이 해가 뜰 때쯤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그날 밤, 한약방 들러서 장거리 춘천집에서 한잔 걸친 가래골 유순한(78세)옹의 안방 이불 속은 혼자서 절절 끓고 있었다. 끝.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