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끝은 끝으로 이어진. 박승민 시집. 창비시선448. 4

무주이장 2024. 2. 6. 13:37

당신은 저 사람들 안에서 당신을 볼 수 있습니까

 

 시인은 타인 안에서 자신을 봄으로써 타자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108) 그래서 그는 타인의 삶과 죽음을 시의 소재로 삼았나 봅니다. 그런데 타자(타인)’는 에게 낯선 것, 이질적인 것입니다. 세계에는 그런 것이 지천입니다.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패키지 상품”(번지점프)에 현혹된 것은 우리의 이 아니라, ‘산으로 가는 밭에서도 그렇듯 우리의 부모님이고 지인입니다.(109)

 

 그런데 타자 안에서 자신을 본다는 것이 말만큼 쉽지만 않습니다. 편이 갈렸는데, 사회적 지위가 다른데, 먹고 사는 데 차이가 있는데, 정치적 소신이 다른데 어찌 그런 사람에게서 자신을 볼 수 있겠습니까? 아니 어떨 땐 타인 안의 자신을 간혹 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타인을 우리의 부모님이고 지인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어려움을 아는지 시인은 왜 진보적인 가치에 몸을 담은 사람은 자신에게 더 혹독한가”(108) 불만이면서도 끝내 자신을 타인 속에서 보기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백골이 진토 되어 골방에서 나오는 그를 증언하고, 죽어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한 꽉 찬 빚 속의 그를 기록합니다. 시인은 백골 속에서 어떤 자신을 보았을까요? 시를 옮깁니다.

 

백골이 진토 되어

 

그는 혼자였고

혼자인 것처럼 보였고

그가 늘 혼자인 것처럼 보인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와 누이는 있었으나 없었고

밤마다 온몸을 다해 그를 붉게 안아준 건

값싼 참이슬 몇병.

나침반처럼 자꾸 흔들리는 마음의 극점을 잡아준 건

먹어서 배고프지 않던 막걸리 두어병.

악취를 따라 들어온 지구대 소속의 흰 장갑에 실려

드디어 그가 이 세상, 꽉 찬 빚 속으로 하얗게 나오고 있다.

 

 

시인의 속이 까맣게 탔을 것 같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