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438. 정호승 시집. 창작과 비평 간행 3

무주이장 2023. 12. 19. 14:09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서의 경험입니다. 해운대 백사장과 동해와 남해가 만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멍하니 바다를 볼 때가 잦았습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해지니 바다 가운데에서 하얗게 파도가 치면서 생긴 포말이 보였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있으면 동해의 고래가 저기 있다고, 저기서 숨을 쉬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깜빡 속았습니다. 그냥 바다인데 파도가 부딪칠 곳이 아닌데도 생긴 포말에 속은 것입니다.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위가 숨어 있어서 그랬던 것인데 사람들은 제 거짓말에 속았습니다. 바다는 어떤 때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다가 순간 감정을 바꿉니다. 그 바다를 지켜보았던 그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고래가 다니던 해운대의 앞바다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시인은 고래라는 말속에 어머니를 보았던 모양입니다.

 

고래라는 말 속에는 어머니가 있다

 

고래라는 말 속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의 고향 바닷가

푸른 오솔길을 걸어가던 첫사랑이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모성의 바다가 있다

 

고래라는 말 속에는 가난한 아버지가 있다

지게를 내려놓고

먼 수평선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푸른 눈빛이 있다

부지런한 아버지의 지구가 있다

 

고래라는 말 속에는 별들이 있다

새벽별들의 찬란한 바다가 있다

새끼 고래처럼 바닷가를 뛰노는 아이들의

파도 같은 웃음소리가 있다

 

오늘도 세상의 모든 눈을 감고 고요히

고래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바다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내 눈물의 심장 뛰는 소리도 들린다

 

 어머니, 고향 바닷가, 푸른 오솔길, 첫사랑, 가난한 아버지, 지게, 새벽별, 찬란한 바다, 파도 같은 웃음소리, 심장 뛰는 소리 이런 시어들이 자꾸 제 가슴을 파고들어 둥지를 틉니다. 파도소리가 들리고, 웃으며 뛰어가는 아이들이 보이고, 파도가 발을 간지럽힙니다. 어찌 고래가 사는 바다가 아닐까요? 분명 고래가 저기 보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