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438. 정호승 시집. 창작과 비평 간행 4

무주이장 2023. 12. 20. 13:52

  나이는 잘 먹어야 합니다. 그악스러웠던 젊음이 있었다면 노년은 숨을 죽여야 합니다. 억척스러웠던 과거를 잊을 수는 없지만 재현하지 않는 노년이면 좋겠습니다. 건강을 상해 산을 다녔지만 조금 건강을 회복했더니, 백대 명산을 다 오르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욕심은 건강을 지불합니다. 욕심이 많을수록 건강을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응보입니다. 패기가 젊음의 훈장이라면 관조가 늙은이의 지갑에서 나와야 합니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계율을 지켜야 모세오경을 읽지 않아도 늙은이가 도를 깨칠 수 있습니다. 시인의 시를 보며 따라 배우고 싶었습니다.

 

상처

 

내가 청년이었을 때 산길을 가다가

유난히 가슴이 움푹 팬 바위를 보고

바위에도 깊은 상처가 있구나

스스로 내 상처를 위로받으며

힘차게 산을 올라가곤 했으나

 

내가 노년이 되어 산길을 가다가

유난히 가슴이 움푹 팬 바위를 보면

하늘에도 누군가 설운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흘리는 눈물을 저 바위가

저토록 한없이 견디며 받아내었구나

상처투성이 내 가슴을 쓸어내리며

천천히 산을 내려온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