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사건번호 231030 가단 42. 욥 vs 하나님) 3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파한 시인을 소개합니다.
광신도 이소호
문고리와 끈 사이
머리가 있다
잠시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여기서 발만 쭉 펴면
나는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
저는 이제 다른 세계로 떠날 준비가 됐어요
사랑은 무조건 희생인데
사랑은 늘 의심받는다
나는 목사님께 묻는다
목사님 저예요
궁금한 게 있어요
스스로 목 졸라 죽은 친구들은 모두
지옥에 갔을까요?
걔는 정말 하나님을 끝까지 믿었는데
시련이 어떻게 간증이 될 수 있지요
간증은 절박하게
설교는 침착하게
찬송은 늘 즐겁게
반주자만 아는 돌림노래의 끝은
언제나 악보보다 늦게 끝난다
나는 수화기 너머의 리듬에 박수를 얹어 치며
숨표마다 죽을 생각만 했다
저는 살아서는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요
천국에 가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거긴 하나님의 나라니까
비밀을 털어놓았다
목사님은 내 목소리를 꼭 붙잡고
아직 믿음이 부족하다고 했다
저는 부족해서
믿음도 기적을 보여주셔야 가능해요
목사님 죄송하지만 제게는 기적이 필요해요
알 수 없는 정적이
방과 회당 사이로 파고들었다
자매님 이대로 가면 아마 죄받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거잖아요
긴 침묵 끝에 얻은 말은
자매님 잊지 마세요
사랑합니다
라는 목사님의 사려 깊은 거짓말이었다
나는 기다렸다
목에 끈을 걸고
무릎을 꿇고
깍짓손을 하고
신의 확실한 환청을
사랑한다는 말을 기다리는 밤
사이
창밖에는 눈이 왔고
남은 해가 죽어가고 있었다.
문고리와 끈 사이 머리를 두고 사랑한다는 말을 기다리는 그에게 어떻게 사랑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욥에게도, 남은 해가 죽어간다고 마음이 허물어진 그에게도 사랑이 전달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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