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천국의 열쇠, A.J.크로닌 지음, 바오르딸 간행 6.

무주이장 2023. 2. 22. 10:33

 천국의 열쇠는 가톨릭 신부님의 경험을 중심으로 종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작가 A.J.크로닌(Archibald Joseph Cronin)은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와 프로테스탄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종교가 다른 부부가 잘 살았던 모양이지요. 그들의 아들이 지은 천국의 열쇠내용 중에는 개신교 신자들과의 갈등으로 부모가 죽지만 주인공은 개신교 신자나 목사에 대한 어떤 적개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마치 친구처럼 돈독히 지내는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주인공은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이들 종교는 우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유일신앙인 가톨릭 신부의 생각이 자유롭지만 결코 하나님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성경이 별 것입니까. 이 책으로 신앙에 대한 묵상을 거듭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은 그저 습관을 들이는 외에는 없습니다.

 

 1902, 프랜시스 치점 신부는 중국 파이탄 지방으로 파견이 됩니다. 이곳에는 성당과 사제관 및 경내 시설이 매우 만족스럽고 설립된 지 겨우 3년밖에 안 됐는데 미사 참례자가 4백 명, 세례를 받은 사람이 천 명 이상이라고 보고된 지역이었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냇둑 옆에 지어진 파이탄 성당은 물난리에 폐허가 되었고 보고된 신도들은 거의 아무도 없었습니다. 성당의 돈을 노린 나이롱신도 뿐이었습니다. 신부는 돈을 노리고 성당일을 보던 자들을 내보내고 진료소를 개설하면서 업무를 시작합니다.

 

 파이탄 지역 유지인 차 씨 가문에서 사랑을 독차지한 아들 차유가 며칠 동안 심한 고열과 상처가 골수까지 곪아 들어가는 무서운 고통에 시달려 바짝 야위고 입술은 타들어갈 정도로 팔에 염증이 심한 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신부는 그 아이의 팔에 붙은 고약을 모두 떼어내고 상처를 씻은 후 메스를 이용하여 팔의 고름을 모두 제거합니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을 회복하지요. 지역 유지인 차 씨는 신부를 찾아와 아이를 치료한 보답으로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겠다고 합니다만 신부는 차 씨가 그럴 마음도, 신심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신자가 되겠다는 소망을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을 속이는 것이라며 거절합니다. “당신은 내게 아무 빚이 없어요.”

차 씨는 팔기를 거절했던 땅, 프랜시스 신부가 성당을 세우기에 적당하다며 구매를 요청한 땅을 내주고 성당을 짓는 일꾼도 지원하면서 신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차 씨가 세월이 흐른 후 다시 프랜시스 신부를 찾아옵니다. 1936430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 프란시스 신부는 파이탄 성당을 떠나게 되자 차 씨가 방문을 한 것입니다.

추위에 파래져서 인상이 달라 보인 그의 얼굴이 프랜시스를 보자 밝게 빛났다. 예의를 차리지 않고 그는 옛 벗의 손을 반가움에 콱 움켜잡았다그 둘의 대화입니다.

와 주셨으면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부님, 새삼스러운 말씀 같지만 떠나시는 것이 제게는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맺어온 우정은 정말 다시 찾을 수 없는 귀한 것이었습니다.”

저도 당신과 작별한다는 것이 얼마나 섭섭한지 모릅니다. 이제까지의 친절과 관대한 베푸심은 정말 굉장한 것이었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차 씨는 손을 저으며 말을 막았다.

이제는 천국에서 만날 날을 즐거이 기다려야겠지요….” 침묵이 흘렀다. 차 씨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신부님, 전에도 말씀드렸죠.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어느 종교에도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고요.” 그의 가무잡잡한 피부에 붉은 기운이 떠올랐다.

그런데 저는 이제야 당신 종교의 문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이상한 소망을 갖게 된 모양입니다.” 말이 끊어졌다.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는 치점 신부는 몸이 굳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는 당신의 말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벌써 옛날 일입니다만 제 자식의 병을 고쳐주셨을 무렵에는 저도 진정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는 당신의 진실한 생활이그 인내와 용기가 내게는 알 수 없었던 겁니다. 종교의 옳고 그름은 거기 몸담은 자의 생활을 보면 가장 잘 알 수 있어요. 신부님, … 당신은 당신의 모범으로 저를 정복하셨습니다.” 프랜시스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깊은 감동을 감추기 위해 애를 쓰던 그는 차 씨에게 손을 내밀며 아주 어색하게 말했다.

함께 성당으로 갑시다.”

 

 하나님은 항상지켜보시고 계십니다. 하나님이 지켜보시고 계신 것을 항상내 마음에 두면 눈치가 보이고 힘이 듭니다. 누군가가 보고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부자연스럽고 그래서 힘이 드는 겁니다. 나의 행동을 그저 일상으로 항상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야 힘이 들지 않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누가 보지 않음에도 봉사의 삶을 산다는 것은 그래서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도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습관이 되는 것은 세상의 시선으로서는 이득이 없어보입니다만, 프랜시스 치점 신부는 그런 습관을 가진 신부님이었습니다. 그가 받은 은혜는 30년이 훌쩍 지나서야 확인됩니다. 저것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프랜시스 치점 신부는 사람을 사랑한 신부님이었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