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열쇠는 가톨릭 신부님의 경험을 중심으로 종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작가 A.J.크로닌(Archibald Joseph Cronin)은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와 프로테스탄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종교가 다른 부부가 잘 살았던 모양이지요. 그들의 아들이 지은 ‘천국의 열쇠’ 내용 중에는 개신교 신자들과의 갈등으로 부모가 죽지만 주인공은 개신교 신자나 목사에 대한 어떤 적개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마치 친구처럼 돈독히 지내는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주인공은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이들 종교는 우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유일신앙인 가톨릭 신부의 생각이 자유롭지만 결코 하나님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성경이 별 것입니까. 이 책으로 신앙에 대한 묵상을 거듭했습니다.
기적을 대하는 신앙인의 자세는?
기독교에서는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비디오방에서 본 영화 중에 (더 원더)를 보았습니다. 음식을 먹지 않고 살고 있는 소녀를 둘러싸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마을 유지들이 수녀와 함께 간호사를 고용하여 먹지 않고도 사는 소녀를 관찰하고 조사하게 합니다. 성령만으로 살 수 있는 소녀는 기적입니다만 기적은 믿고 싶은 자들에게만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영화소개를 보니 (더 원더)는 기적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더 원더)를 저는 ‘의문의 존재’ 쯤으로 이해하고 보았습니다. 간호사의 눈으로 본 소녀가 그렇게 보였을 것으로 짐작하여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프랜시스 치점 신부가 성도미니코성당에서 일을 보던 시절에 마을에 기적이 일어납니다. 병약하던 소녀가 전혀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9일이나 살아있고, 도리어 점점 건강해지고 영양 상태도 좋아진 것입니다. 교회는 새로운 신앙의 기념물을 세우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프랜시스는 의문을 품고 반대합니다.
“성 토마스도 의심했습니다. 그것도 다른 모든 사도가 본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옆구리에 손가락을 집어넣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노하지 않았습니다.” 주임신부는 그의 말을 듣고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습니다.
저는 요즘 도널드 R. 프로세로가 쓴 ‘진화의 산 증인, 화석25’를 읽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냐면 ‘잃어버린 고리? 경계, 전이, 다양성을 보여주는 화석의 매력’이라는 부제가 모두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화석에 대한 책을 읽게 된 것은 유사과학인 ‘창조과학’을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창조과학자라고 하는 사람이 교회에서 강연을 하는 동영상을 보았는데, 진화론은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만약 진화론이 맞다면 물고기가 포유류가 된 증거를 보이라고 한 것입니다. 사람이 꼬리가 있었다고 하면 꼬리 달린 사람을 보여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아가미가 달리 포유류 등 중간의 전이과정을 증명하는 증거를 제시하라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화론은 거짓말이고 하나님이 모든 생명을 창조했다는 자기들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진실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논리적 근거를 최근에 알았습니다. 생명은 오르도비스기에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45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불과 5억 년 전쯤에야 생명이 지구에 폭발적으로 늘었으니 이는 누군가의 은총으로 창조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겠지요. 위의 화석25라는 책은 지구상의 생명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를 했는지를 알려주는 고리를 확인하고 생명이 진화한 경계와 전이과정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생명체를 소개합니다. 그 증거로 화석을 제시합니다.
창조가 과학이라고 하려면 그리고 진화론을 부정하려면 적어도 상대가 어떤 주장을 하는지를 알려고 하는 '열심'이 필요합니다. 성실해야 사기를 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성실조차 없으면서 함부로 과학을 주장하는 사람을 교회의 강단에 세워 창조를 주장하는 것은 목사님들의 직무유기입니다. 창조는 목사님들이 설명하여야 하는 주제이지 유사과학자가 주장할 문제는 아니기에 드리는 말입니다. 불과 서너 권의 책을 거쳐 화석25가 제 손에 들어와 지금 읽으면서 진화의 전이과정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창조를 믿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과학으로 증명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해야 믿을 수 있다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대답을 드립니다.
“믿으세요. 믿으면 하나님의 존재가 보입니다.” 이 말은 과거 김형욱 선생이 하신 말입니다.
프랜시스 치점은 소녀의 기적이 거짓으로 밝혀지고 난 후 주일 강론대에 선 피처제럴드 주임신부의 강론을 듣습니다.
“마리아의 우물과 같은 발현(위의 먹지 않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은 기쁜 일이고 또한 충격이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나 자신을 포함해서 몹시 열중했었다. 그러나 냉정히 반성해보면 천상의 꽃은 이미 이 교회 안에, 우리 눈 앞에 피고 있는데 단 한 송이 꽃을 더 찾아냈다고 그처럼 소동을 벌여야 했을까? 이 이상 더 물질적 증거가 필요한 만큼 우리 신앙은 약하고 비겁한 것이었는가? ‘보지 않고 믿는 자는 행복하다’는 이 엄숙한 말씀을 우리는 잊어버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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