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샤오궁취안(蕭公權)의 ‘중국정치사상사’ 표준과의 결별
샤오궁취안의 중국정치사상사 영역본(1979)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국정치사상의 흐름을 학인들에게 소개하는 실질적으로 유일한 저서 규모의 연구이다. 저자는 샤오궁취안을 포함한 기존 중국정치사상 통사들이 기반하고 있는 전제들을 재검토하겠다는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서론에서 설명한다. 샤오궁취안의 주장과 비교하는 것이 서론의 주된 내용이다.
샤오궁취안의 중국정치사상사 주장 | 김영민 교수의 주장 |
샤오궁취안의 저작을 추동하는 힘은 중국민족주의다. 현대중국을 그전 중국 역사가 도달해야 했던 불가피한 종착지로 간주하고 있다. 목적론적 서술이다. |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대부분의 통사적 설명은 ‘중국’을 궁극적으로 단일한 단위로 간주하는 것 같다. 민족주의적인 중국 이미지는 역사적 현실이었다기보다는 훨씬 최근에 발명된 인공적인 조작물이다. 중국이 역사를 만들기보다는 역사가 중국을 만든다. 소위 중국성이란 어떤 본질적 특성이 중국 역사를 통합했는지를 질문하기 보다는 어떤 역사적 조건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스스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간주할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믿게끔 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 적절하다. |
중국 제국의 역사를 권위주의 혹은 전제주의 정치체제로 보고 있다. |
왕권주의로만 중국정치사상을 설명하다 보면, 중국정치사와 사상의 복합성을 포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중국정치사상의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인 무군론(無君論)을 무시하게 되고, 국가에 대한 집착만으로는 교육받은 엘리트들의 사상과 행동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게 된다. |
유교 혹은 유가를 중국정치사상의 전형적인 형태로 보고, 공자를 그 유교 혹은 유가의 ‘갑작스러운’ 창조자로 간주한다. |
유교를 단일한 덩어리로 여기고, 그러한 유교가 역사적 변화에서 면제되어 있다고 보게 되면, 중국정치사상의 역사적 복합성을 학술적으로 음미하기 어렵다. 유교에 관계된 내적변이(그 문화의 본질이라는 명목하에 도저히 정리되지 않는 이질적 성질들이 다수 존재함을 지칭하는 말)와 외적 중복(어떤 문화의 본질적 성격이 다른 문화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남을 말함) 문제를 다루는 한가지 방식은 유교를 단수가 아닌 복수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단일한 진화 패턴을 가진 역사를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에 가깝다. |
중국정치사상은 권위주의 혹은 전제주의 정치체제의 이데올로기적 정당화이다. 유교가 성공한 원인도 다름 아니라 유교가 중국 전제주의에 잘 적응한 데 있다. |
상식은 사물의 질서는 늘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가리킨다. 중국의 정치질서와 사상이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공통성을 추적하는 대표적인 방식이 유형학적 접근법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에 도움을 주겠지만 매우 다양한 대상이 얼마 안 되는 유형 속에 한통속으로 묶이는 위험이 있다. 정치사상사는 구성되기보다는 역사적 과정에 서 발견된 사건들에 대해 형식적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일관성이란 사건들을 구분 가능한 일련의 주장들을 꿰어준다는 의미에서의 일관성이다. |
서양 문명이 중국에 충격을 주기 전까지 중국 제국의 정치체제와 사상에는 심오한 변화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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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치사상의 연대기를 구조화한다. 서양의 역동성과 중국의 정체성이라는 이분법을 견지하면서, 중국정치사상의 역사를 세 단계로 나눈다. 봉건세계, 전제정 제국, 근대 민족국가의 사상으로 나누고 중국정치사상가들 대부분을 이 중국사의 커다란 프레임 속에 위치시킨다. |
이 책은 대략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사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차라리 일련의 테마들을 통해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비민족주의적이고 비본질주의적인 설명을 제공하려는 것이 구상이다. 중국의 왕조 교체가 상당한 정도로 사회질서의 부침과 겹친다고 할 때 왕조 교체 모델은 중국정치사상사의 서사를 위한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다(첫 번째 이야기 꿰미다) 사상가들이 보기에 ‘정치적’이라고 이해될 수 있는 일련의 큰 문제들이 존재하였다. 그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출현한 정치배열의 비전과 관계가 있다(두 번째 이야기 꿰미다) 정치사상이란 전승된 지적 자원에 대한 창조적인 반응으로 이루어기 마련이라는 아이디어이다(저자의 세 번째 이야기 꿰미다) 네 번째는 중국성에 대한 논의이다. 마지막 중요한 꿰미는 지금껏 많은 학자가 중국정치사상 대부분을 전제국가를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부류의 해석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장에서 다양한 정치질서와 사상을 다룰 텐데, 그 대부분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중국 전제국가론 테제에 이의를 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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