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저주 토끼. 정보라 지음. 아작 간행 2.

무주이장 2022. 10. 18. 14:27

머리

 

 제가 아는 화장실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 들었던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 뿐입니다. 어떤 휴지를 선택해야 죽지 않는지 지금은 잊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화장실 변기에서 머리가 쑥 올라왔다는 얘기에 섬찟하면서도 조금은 우습게 읽었습니다. 뭐 별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상력으로 나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상상하면서 읽었지만 흥미를 잃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버렸던 나의 몸속의 오물이 어떻게 알뜰살뜰 이용되어 인생의 황혼녘에 다시 젊음을 지닌 생명체로 돌아오는지 감탄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아끼던 것을 준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지니면 불편할 것들을 버린 것일 뿐인데, 만들어진 젊은 생명은 창조주에게 무엇을 주었을까요? 창조주는 어떤 보답을 받을까요?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하천을 따라 강으로 가고, 강으로 간 오물들은 바다로 갑니다. 바다, 그 넓은 곳, 그곳에는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섬이 만들어집니다. 그 섬에서는 생명이 탄생할 수 없을까요? 변기에서도 머리가 나오는데, 태평양 넓은 바다에 만들어진 섬에서는 생명이 없을까요? 쓰레기 섬을 방문하거나 지나가는 선원들은 그곳의 생명체를 확인하지 않았을까요? 그들이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요?

 

 한 번도 들어보지도 읽어보지도 못한 선원들의 감정이 불안감, 기피감, 불쾌함에 이어 공포감이 아닐까 짐작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예스24애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