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세(1만 년 전~ 현재): 우리의 간빙기
지질학자들은 지난 1만 년 동안의 기간을 홀로세(또는 현세)하고 부르면서, 신생대의 독립된 시기로 다룹니다. 사실 이 시기는 플라이오세와 플라이스토세의 전반적인 특징인 10여 번의 빙기-간빙기 주기 중 그저 하나의 간빙기일 뿐입니다. 홀로세 초기의 해양과 육상에 살았던 대부분의 동식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고 있습니다(그러나 많은 종들이 지난 수 세기 동안 빠르게 사라졌지요)
1만 년 동안 이어진 홀로세 간빙기에도 기후는 다양하게 변해왔습니다. 지난 1만 년 동안의 기후 주기에 포함되어 있는 소규모의 온난기와 한랭기들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까지 우리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인류 역사는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지구의 기후변화에 강하게 영향을 받아 왔습니다. 홀로세 기후 최적기 같은 운 좋은 기후사건이 없었다면, 인류는 결코 선사시대의 수렵-채집 사회를 벗어나 찬란한 문명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류의 문화가 인간 지성의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하는 오만을 저지르고 있지만, 지구의 역사를 보면 이 역시 좋은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었습니다.
고생물학자들은 지난 4억 5,000만 년 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홀로세의 최근 수 세기 동안, 지구에서는 과거에 일어났던 멸종 사건들보다 더 규모가 큰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리처드 리키와 로저 르윈은 이를 ‘여섯 번째 멸종’이라고 불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도 없는 곤충 몇 종이 사라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지만, 그 영향은 먹이사슬 전체에 미칩니다. 우리가 세계 야생 동식물의 멸종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이들 생명체들이 세상에 존재할 권리가 있고 도덕적, 철학적 이유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실적 이유도 있습니다. 해마다 우리는 야생 동식물에서 신약을 비롯해 여러 가지 중요한 쓰임새를 찾아내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열대우림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연구를 통해 유용성을 발견하기도 전에 열대우림의 파괴와 함께 이런 종들이 파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지구가 따뜻해진다고 그리 나쁠 것은 없어 보이지만, 지구의 온난화는 수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합니다. 극지방의 빙모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여 전세계 저지대와 해안지대가 거의 전부 물에 잠겨 인간 문명의 상징인 도시가 기능을 상실합니다. 다른 전망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사실상 다음 빙하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홀로세의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끝은 너무 더울 수도, 또는 너무 추울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지는 인구 조절과 경제 문제에서 얼마나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지, 그리고 우리로서는 불가항력인 지구 자체의 변화에 달려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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