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과 아픔의 경험은 하나님을 만나게 합니다.
살면서 고통이 없으면 종교를 만날 가능성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모태 신앙이라고 부르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성년이 되어서도 믿음을 유지하는 경우가 얼마인지는 잘 모르지만, 간혹 목사님들의 설교에서나, 성경강좌에서 들은 바로는, 연애나 결혼을 하고는 교회를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무 행복한 게지요. 그러다 신혼이 끝나고, 결혼 생활이 위태로워지거나, 꾸렸던 가정에서 위기가 닥치거나, 가족의 건강이 위협을 받거나 하면 다시 교회를 나온다고 하더군요. 위기가 닥치면 사람은 누군가에게 매달려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것이 본능일 것 같습니다. 도움을 주실 분 중 그들이 가장 잘 아는 분이 하나님이시니 당연히 교회로 나오는 것이지요.
이어령 선생의 경우도 그런 모양입니다. 따님의 실명 위기, 암 발병과 완치, 그리고 재발 등 따님의 위기에 지상의 아버지로서 마음 아파하던 그는 딸의 오랜 바람이었던 하나님을 만나는 일을 약속하고는 세례를 받아 딸과의 약속을 지킵니다. 우리나라의 지성인 중의 한 분이고 젊은 시절 성경을 비판했던 그의 전력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한국의 바울쯤으로 이해하려는 욕심이 드는 모양입니다. 저는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바울은 대단한 믿음을 가졌지만 박해를 받아 참수의 고통을 겪은 것을 아니까요. 그저 가족의 불행으로 인한 짙은 슬픔을 견디고, 고통을 조금씩 깎아내면서 그 과정을 통하여 하나님의 은혜로 그의 고통도 사라지길 바랍니다. 저자가 쓴 문장을 소개합니다.
‘추락의 경험과 아픔이 없으면 주님을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되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68쪽) 긴 인생을 살면서 추락하여 다리나 허리가 부러지는 경험을 피하신 분이 계시면 좋겠지만, 또 애간장이 타는 아픔이 무엇인지 모르고 산다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습디까. 인생은 고통을 피하기에는 너무 길고, 행복을 느끼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그러니 어디 하소연하고, 도움을 요청할 분 한 분 정도는 늘 마음에 두시기 바랍니다. 전 하나님을, 예수님을 마음속에 두고 살아보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저자는 그저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종교를 믿게 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내 문학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분이라면 딸 때문에 신앙을 가지게 됐다는 것은 근인이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20대부터 나는 돈이나 가난, 또는 권력, 전쟁에서 비롯된 생명이나 안일에 대한 결핍에서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절실한 고독, 내가 혼자라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이것은 나만의 고독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독입니다. 그래서 완벽한 사랑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문을 두드리는 것이지요.’(344쪽)
고독하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말입니다. 그는 그 고독을 무엇으로 해결하려고 했을까요. 아마도 지성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그래서 그는 성경도 읽고 비판도 했을 것입니다. 완벽한 사랑, 구원을 말씀하는 성경을 외면할 수 없었겠지요. 왜 인간은 고독을 느끼나? 완벽한 사랑이란 없을까? 그런 의문에서 시작하여 숱한 생각들을 구조화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 인간사회의 문화로서 조직화하는 작업을 했을 것입니다. 그는 의문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지성인이 되었습니다. 의문은 지성을 낳는다고 하는 말은 진실인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사랑을 얻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 믿음을 통하여 영성으로 가는 길을 찾아 그 길로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가 영성을 통하여 완벽한 사랑, 구원을 얻기를 기도하고 싶습니다. 이 분이 성공하면 길이 생길 것입니다. 그래도 힘은 들겁니다. 어차피 좁은 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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