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얻으면 행복해질까?
‘진화심리학자 대니얼 네틀은 우리가 아주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얻었어도, 일단 얻고 난 뒤에는 그것을 계속 가지고 있다 해도 기쁨을 전혀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행복을 푸짐한 식사를 한 후 느끼는 식욕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우리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으며 욕망을 향해 질주한다.’
이렇게 간단한 진리를 두고 아직도 욕망의 노예로 사는 우리의 처지가 안타깝고 서글픕니다. 원하는 것을 가지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행복하려고 한다고 믿었는데, 사실 두 가지는 별개의 것으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설명에 아연실색을 했습니다. 세상 헛살았습니다. 욕망하는 것과 이를 얻기 위한 행동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고, 흔히 행복한 기분이라고 여기는 쾌감과 즐거움은 세로토닌 시스템의 작용이라는 어려운 설명에는 기가 죽습니다. 행복을 위해 욕망을 가지려 애쓴 세월이 아깝습니다. 일찍 알았으면 행복한 기분 만을 위해 살았을 텐데 말입니다. 어쨌든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통제하는 별개의 신경 경로가 존재한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그럼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동안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무엇일까요? 행복 심리학자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 연구진은 먹을 때와 대화할 때라고 합니다. 허무하지요? 먹방에 열광하고, 별로 영양가 없는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우리들의 호기심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하고 싶으니까요.
저는 4000억 원을 번 사람과 같이 십여 년을 같이 지냈습니다. 그는 사업을 성공시키기를 희망했고 저는 그의 성공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곁에서 지켜본 그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1년에 세금 떼기 전에 겨우 1억 원 미만을 버는데, 그는 저에 비해 1000배를 더 벌었는데도 그는 근심과 걱정으로 간이 상했습니다. 술은 잘 드시지 않는 분 인대도 말입니다. 담배도 안 피우셨습니다. 결국 행복은 욕망하는 것의 성취가 아니라는 것을 제 눈으로 분명히 목격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술 한 잔에 행복했습니다. 제가 그런 그를 안쓰럽게 느껴 충고를 하자 그는 저와의 관계를 거부했습니다. 거부당한 제가 슬퍼한 것도 없지만 저를 배척한 그도 행복했을까요? '새끼, 내가 너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라며 흐뭇했을까요?. 오늘도 들려오는 소식은 그는 여전히 더듬이가 빠진 개미처럼 뱅글뱅글 제자리를 맴돕니다. 아마도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저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욕망이 행복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위의 설명에 대한 저의 간증임을 부연해서 강조합니다. 여러분 욕망하는 것의 노예가 되지 마십시오. 그게 행복의 조건이라고 목소리 높여 주장하지 마십시오. 절대 아닙니다. 이론이 말하는 것을 현실에서 증명하는 경우는 무궁무진합니다. 여러분이 보지 않으려고 할 뿐입니다. 그래도 아니라고 하며 열심을 부리는 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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