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지2022~

무주 농사 폐농 보고서

무주이장 2022. 7. 5. 17:37

무주 농사 폐농 보고서

 

 무주읍 장백리 밭에 옥수수를 심고, 호박과 수수 싹을 내기 위하여 노지 파종을 한 후, 마른하늘에 큰 우박이 내리는 듯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땅이 팔렸다고 합니다. 매수인이 자기가 직접 농사를 지으니 땅을 달라고 합니다.”

우리가 심은 것은 어쩌고요?”

따로 계약을 한 게 아니라서…”

봄에 담배 한 보루 들고서는 이장님이 방문하셔서 구두로 계약을 한 꼴인데, 법으로 따질 일이 아니니 순순히 물러섰습니다. 마음이 상해서 밭을 보러 가기도 싫었고, 설치한 천막 철거 요청에도 응하기에 몸이 더뎠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마음이 없어지면 몸은 아예 움직이질 않더군요.

 

 최근 이장님이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잘 못 알았는데, 농사를 지어도 된다고 했답니다.”

얼마 전까지 천막 철거를 요청한 사람이 갑자기 농사를 지어도 된다는 말에 마음에 분이 슬며시 생깁디다. 이장님도 그런가 봅니다.

이장님, 우리가 깐 비닐은 치우지 마세요. 천막만 치웁시다.”

그럴 거요.”

이웃이 아무래도 사귀기가 조금 어려울 듯합니다.”

그러게 말이요. 세종시 사람이라던데…”

 

 도시에서 와서 땅을 사시는 분들, 내 것에 경계 긋고, 권리라며 아래 위 좌우 보지 않고 말부터 하시는 버릇은 쉽게 못 고치는가 봅니다. 시골 사람은 낯선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봅니다. 말은 잘 않지요. 말을 않는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보시면 안 됩니다. 어쨌든 6월의 어느 날, 밭의 현황입니다. 이 참에 옆에 논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드셔서 농사를 짓기 어려우시다며 매도의사를 이장님께 전했다고 합니다. 330평 정도랍니다. 논을 사면 농사 보고는 다시 하겠습니다.. 마침 다리도 아파서 움직이기 불편했는데...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6월 어느 날의 밭 전경입니다. 풀이 지천입니다.

풀 속에 옥수수가 보입니다. 하얀 것은 개망초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