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무주에서의 폐농 보고는 이미 드렸습니다. 그러나 폐농 당시 키웠던 호박 모종과 수수 모종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근처 빌린 농지가 있어 관리도 할 겸 제가 호박을 심었더랬습니다. 수수도 심었는데 자주 밭을 들러지 못해서인지 수수는 새들이 모두 먹었습니다. 하나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양파망을 씌울 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후회입니다. 이런 말이 반복되었습니다. 후회는 '늦은'을 포함한 단어인데 말입니다.
호박잎은 누군가가 따간 흔적이 있어 호박잎을 가져가셨다면 익은 호박을 그냥 둘리가 없다고 판단하고는 풀밭 속을 뒤졌습니다. 숨박꼭질의 술래가 된 기분입니다만 여기저기 누런 호박이 비록 덩치는 작지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열 무더기 정도의 호박밭을 정리해 심었는데, 아직은 더운 날씨에 풀밭을 헤매다 풀독에 가려워 중간에 작업을 중단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두 군데 정도만 수확한 듯합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보관했습니다.
수확한 호박은 원하는 분들에게 나눠드렸습니다. "작지만 드릴까요?" 요청에 흔쾌히 응답한 분들에게 드렸습니다. 실제 호박을 본 분들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딱 적당한 크기입니다. 솥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 정말 좋습니다."
기분 좋은 나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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