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시골살이는 준비되지 않은 인생살이의 결과다.(‘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바다출판사)
“어디에서 살고자 하든 한결같이 진지하게 살고, 바깥 세계와 대치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진정 빛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이외의 길은 없다고 이 책은 일러줍니다.” 미우라 시온(소설가)이 이 책에 쓴 감상의 한 구절입니다.
책의 저자인 마루야마 겐지는 23살에 귀향하여 70이 된 지금까지 시골살이를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합니다. 2014년 이 책의 번역본 초판이 나왔으니 시골살이 40년이 지나서야 귀향, 귀촌의 대상인 시골과 귀촌, 귀농인을 향하여 시골의 현실과 현실을 살아갈 자세에 대하여 직설적으로 설명합니다. 일본의 시골과 우리나라의 시골이 꼭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유별나게 다른 곳도 아니라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굳이 제목을 ‘시골은 그런 곳’이라고 하지 않고 ‘시골은 그런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시골을 장소적으로 한정하여 쓴 글이 아님을 아실 것입니다. 시골살이를 꿈꾸며 실행한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맞이하는 현지인들의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개인적, 집단적, 갈등관계를 그의 인생관 필터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귀촌을 생각하고, 10년 전부터 텃밭 농사를 하면서 농사기술을 배우고, 5년 전부터는 시간 나는 대로 무주로 내려가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중입니다. 귀농학교라는 곳도 다녀보고, 무주에서 귀농, 귀촌인들의 삶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곳 현지인들의 삶도 가까이서 접촉을 하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조그만 텃밭에서 시작한 경험은 오미자 농사로 이어지고 이제는 다시 밭농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수수를 길러볼 요량입니다.
마루야마 겐지의 지식과 충고 경험은 제가 겪은 것과 들은 것, 그리고 보는 것들을 모두 동원하여 판단하면, 진실이 많습니다. 저자는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후원자의 도움으로 살았던 사람이고, 시골에서 살려면 후원 없이 홀로 독립해서 모든 것을 처리할 홀로서기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글을 시작합니다. 홀로서기를 위한 정신과 기술이 없으면 남의 이용을 당한다고 걱정합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목가적인 시골생활은 현실의 좋은 면만 보여주고 그 후의 혹독하고 잔인한 사실들은 의도적으로 편집한다고 하면서, 방송을 보고 낭만에 빠지지 말고,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라고 합니다.
마루야마 겐지의 경험과 지식이 모두 맞지 않다고,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는 있지만, 이는 홀로서기에 성공할 지식과 정신을 모두 갖춘 분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입니다. 귀농, 귀촌을 꿈꾸는 분들은 현장답사만 하다가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경치 좋은 무릉도원을 찾아 헤매지 마시고, 시골에서 일을 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웃을 신경 쓰지도 않을 정도로 몰입할 자기 일부터 찾아서 연습하고 훈련하고 트레이닝하시기 바랍니다. 그 기본은 물론 홀로서기 정신입니다. 제 말이 아니라 작가의 충고입니다. 그렇다고 홀로서기가 잘 되면 이웃과의 갈등도 없어지고, 시골살이에서 꿈꾸던 것들이 이뤄진다는 환상은 버리십시오. 인생을 살면서 그런 꿈의 가정, 꿈의 직장, 꿈의 도시, 꿈의 전원이 어디 있던가요? 단지 꿈속에만 있던 것들이 아니었던가요? 작가의 현실관이 잔인합니다. 꿈조차 꾸지 못하게 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작가는 그런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사는 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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