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읽기 : 배이상헌 교사 사건은 무슨 교훈을 줄 것인가(695호 이상원 기자)
광주의 중학교 도덕교사 비이상헌씨는 2019년 6월 학생들의 신고를 받은 교육청이 자체 조사 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여 조사를 받아왔다. 배이 교사는 이 과정에서 직위해제됐다. 그런데 사건을 수사해 온 광주지방검찰청은 제기된 범죄사실들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 내린 것에 반해 광주광역시교육청징계위원회(광주교원징계위) 판단은 달랐다. 배이상헌 교사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두 기관이 상반된 결론에 도달한 ‘과정’이다. 검찰 불기소결정서와 징계위 징계의결서에는 이른바 ‘스쿨 미투’에 대응하는 두 기관의 태도가 드러나 있다. 공주교원징계위는 교사 발언에 대한 ‘학생의 불쾌감’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광주지검은 그것만으론 기소하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의 입장을 표로 만들어 보았다.
구 분 | 쟁점 1 | 쟁점 2 | 판단의 전제 또는 반박 |
광주교원징계위 입장 | 수업 배제 불응은 수업의 잘잘못과 별개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이 있는데 수업에 들어간 것은 사과하는 게 맞다 | 학생들이 신고한 발언 대부분을 혐의로 인정했다. “학생들의 구체적 상황 진술”이 근거였다. | ‘학생이 구체적으로 상황을 진술했다면 해당 상황은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교사는 어떤 목적이든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줘선 안 된다’ ‘일부 학생이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고 한다면 해당 교사의 행위는 그르다’ |
배이상헌 교사의 입장 | 신고 내용도 알려주지 않고 소명 기회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출근하지 말라’는 말을 따를 수는 없다. 수업권 침해다 | 1.식민지 발언을 한 적이 없다. 2.여러 발언의 전후 맥락도 살피지 않았다. 3.따라서 학생들이 신고한 발언에는 징계를 받을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
1.지속적으로 비판받아왔던 교사, 가해자 중심의 문제 처리방식을 180도 뒤집은 듯하다(전복이 진보일까?) 2.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절대주의로 흘러선 안 된다(강남순 교수) 3.처벌의 주장 뒤에는 ‘학생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이 깔려있는데, “불편함이야말로 배움의 시작이다. 불편함이 없는 것은 배움이 아니라 정보 축적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배우는 도덕 수업 특성상 교사의 철학은 더 면밀히 판단받아야 한다”(강남순 교수) |
강남순 교수는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다.
‘20여년 간 청소년 성교육 상담을 해온 이명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소장은 성교육 현장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자위행위를 다룰 때 어떤 학생은 실용적 정보라고 보는 반면, 다른 학생은 ‘이 흉측한 걸 왜 배우나?’라고 반감을 갖는다. 후자를 ‘성적 수치심’으로 보고 처벌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사적 장소에서 이뤄진 성범죄와 수업 중 발언을 구별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여긴다.’
기사의 끝부분은 기자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배이상헌 교사의 예를 접한 교사들은 아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안전한 수업을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빠른 길은 교사가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는 게 아니다. ‘대충 가르치는 것’이다.’
배이 교사는 자신에 대한 징계가 수업권 침해이며,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믿고는 징계 결정에 불복하여 교원 소청심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하면서 기자는 기사를 끝맺었다. 여러분의 생각은 무엇인가? 내 생각?
1. 스쿨 미투 운동을 시작하고 활성화시킨 사람들이 초기 단계 정도라고 생각되는 그들의 스쿨 미투 운동이 배이 교사로 인하여 침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레 걱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강남순 교수는 기사에서 ‘기계적 판단은 대중이 피해자를 의심하게 만들고, 결국 스쿨 미투의 진정성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사실 학생들의 피해를 난 의심하기 시작했다.
2. 진보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현실의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견강부회하거나, 대중이 동의를 하지 않으면 떼법을 쓰는 것을 보는 일이 자주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힘을 가지면 애꿎은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칼날도 베이면 피가 나고 사람의 생명이 절단 나는 것은 똑같다. 칼날 인지 감수성을 키울 일이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권력남용에 대한 인지 감수성이다.
3. 도덕교사의 철학, 강당에서의 교사의 발언권(학습권)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진보가 가장 잘하는 것이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토론, 발전, 수용하는 일이 아닐까?
4. 스쿨 미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절실하다. 내가 겪었던 국민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남학생이 있어, 여학생이 선생님께 일렀더니 그 선생이 하는 말을 듣고서였다. “와? 너거 XX를 건드리더나?” 여성의 성기를 비속하게 일컫는 단어다. 스쿨 미투 운동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스쿨 미투로 인하여 그런 선생들 이제는 함부로 교단에 설 수 없을 테니까.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후기 : 요나스 요나손,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1 (0) | 2021.01.28 |
---|---|
시사in읽기 : 696호, '사면하려면 만델라처럼' 천관율 기자 (0) | 2021.01.22 |
준비되지 않은 시골살이는 준비되지 않은 인생살이의 결과다.(‘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바다출판사) (0) | 2020.12.30 |
위축과 당황의 차이(말콤 글래드웰,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에서…) (0) | 2020.12.28 |
책 읽고 정리하기 : 말콤 글래드웰의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WHAT THE DOG SAW) (0) | 2020.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