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위축과 당황의 차이(말콤 글래드웰,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에서…)

무주이장 2020. 12. 28. 14:34

위축과 당황의 차이(말콤 글래드웰,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에서…)

 

테니스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심 고문님과 제가 테니스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스코어는 5:1 심 고문님이 이기고 계십니다. 그런데 심 고문님이 몇 개의 공을 실수하면서 5:2 스코어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5 무승부로 끝납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요?

보기입니다. 1, 심 고문님이 당황했다. 2, 심 고문님이 위축되었다.

 

 위축은 모호하고 두리뭉실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구체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4개의 상자를 두고 X자가 나오면 각 상자에 해당하는 버턴을 누르게 하는 실험에서 미리 X자가 나오는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반응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고 합니다. 이를 명시적 학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한동안 게임을 한 후에도 X자가 나오는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반응 속도는 빨라진다고 합니다. 이를 묵시적 학습이라고 부릅니다. 묵시적 학습체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면 어렵고 정밀한 샷이나 강력한 서브를 날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압박을 받으면 때로 명시적 학습체계가 몸을 지배하게 되고, 이때 우리 몸은 위축됩니다.

 

 당황은 위축과 성격이 좀 다르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단기 기억을 지워버립니다. 경험 많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로 단기 기억이 지워져도 몸에 밴 습관 덕분에 당황하지 않지만 초보자에게는 의지할 경험이 없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당황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식 제한을 초래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클로드 스틸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안고 있는 모든 집단에서 고정관념의 압박에 직면하자 압박감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고정관념의 압박을 받는 집단의 소속원은 당황한 학생처럼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은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생각을 거듭하고, 고정관념의 압박을 받으면 실수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양상은 당황하는 것이 아니라 위축되는 것입니다. 위축은 스포츠 경기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합니다. 우리는 부진한 결과가 능력 부족이 아니라 압박감 때문일 수 있으며, 나쁜 학생은커녕 오히려 좋은 학생이기 때문에 부진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심 고문님은 1993년 윔블던 여자 테니스 결승에 오른 야나 노보트나와 1996년 마스터스골프대회 그렉 노먼이 처한 황당한 경험을 찾아보시고 당황과 위축의 차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들의 상대인 스테피 그라프나 닉 팔도였다는 말은 아닙니다.

안녕히 계십시오(심 고문님을 거론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