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시사in읽기 : 696호, '사면하려면 만델라처럼' 천관율 기자

무주이장 2021. 1. 22. 17:00

시사in읽기 : 696, ‘사면하려면 만델라처럼천관율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얘기했다, 온통 시끄러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통치가 헌법에 반했다는 판단을 받고 탄핵을 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본질상 권력형 경제사범이다. 사면을 얘기하더라도 정치적 의미가 꽤 달라진다. 다른 의미의 사면을 같이 얘기하니 뚱딴지같은 국민 통합만 남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이 진행한 사면을 천 기자는 설명한다.

 

만델라와 ANC(아프리카민족회의:집권당)1년이 넘는 끈질긴 협상 끝에 집권 ANC와 야당인 국민당은 진실과 화해 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설치에 합의한다. 진실화해위는 정치적 동기로 일어난 범죄를 조사할 권한을 받았다. 그리고 사면권을 가졌다. 단 사면을 청원하는 사람은 진실화해위에 나와 자신의 범죄에 대한 진실을 고백해야 했다. 텔레비전 카메라가 그 장면을 전국에 내보낸다. 진실화해위는 그를 심사하여 사면 여부를 판단한다. 진실 고백과 사면의 맞교환 원칙이 진실화해위의 핵심이다.’

 남아공은 수십 년에 걸친 인종차별이라는 공동체에 거대한 사건을 다뤄야 했다. 이 거대한 사건을 백인은 자기방어로 흑인은 인종범죄로 서로 달리 이해했다. 이런 공동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공통된 이해에 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것은 처벌과 보상을 결정하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공동체에 거대한 사건에서 대화는 회복의 근본 수단이다. 대화는 공통의 인식을 구축하는 토대이다.” 진실화해위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하는 고백을 그토록 중요하게 본 이유가 이것이었다.’

 알비 삭스(블루 드레스의 저자, 남아공 헌법재판소의 초대 헌법재판관)는 그 결과를 극적으로 묘사한다. “진실화해위에서 당사자 간의 직접 화해는 거의 없었다. 고문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준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했다그러나 국민적 차원에서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통일된 목소리를 갖게 되었다. 처음으로 백인과 흑인이 공통의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국민들이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은 공동체가 공통의 역사를 갖도록 해 줄 수 있을까?

 

이재오 친이명박계 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반성을 전제로 한 사면에 대해 그건 시중 잡범에게나 하는 얘기다. 정치 보복으로 잡혀갔는데 내주려면 곱게 내줘야지 그게 무슨 소리냐는 게 당사자들 입장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박근혜계 좌장이었던 서청원 전 의원도 이제 와서 당사자들에게 반성문을 쓰라는 건 전례 없는 비도덕적 요구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말의 본질을 천 기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한다.

진보파의 대중 동원에 보수파가 패퇴한 사건으로 두 대통령이 감옥에 있다. 이는 정치 보복이다. 사면은 정치 보복을 멈추겠다는 선언이므로, 포로가 된 적장을 풀어주는 것과 비슷하다. 사과는 시중 잡범들이 풀려나 보겠다고 하는 비굴한 선택이다. 그러니 반성 요구는 적장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사면에 조건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 그래서 나온다

 

 아직도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폭동이라 하고 폭도들이 일으킨 난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 대통령들이 잘못되어 구속되면 무조건 정치보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권을 쥐기 위하여 백척간두에서의 싸움에서, 정당하지 못한 대중 동원이라는 꼼수에 걸려, 전쟁에 진 쪽이 감당해야 하는 굴레가 보복이고 이는 싸움을 이끈 장수의 운명이라고 미화한다. 이들 적장을 예우해서 보복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수를 이낙연 대표는 신경 썼던 모양이다.

 

이낙연 대표는 사면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공부할 일이다.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하려면 구성원들이 어떤 공통된 기억을 가져야 하고, 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셔야 한다. 정치 보복을 위해 국민이 촛불을 들었고 이는 당시 야당의 대중 동원 때문이었다는 말에 어떤 공감을 하셨길래 통합을 주장하실까 돌아볼 일이다. 좋은 단어를 선택하시기보다는 옳은 단어를 사용하시는 것이 어떨까? 이 대표가 설령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더 나아가 정권을 다시 넘겨주더라도 나는 아니다라는 말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다고 정권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님 말고,

또 다른 대통령 선거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