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읽기) ‘새로운 공항을 둘러싼 정치와 비전의 드라마’(천광율 기자)
메가시티 이륙하는 허브공항 될까(김동인 기자)
내 고향은 부산입니다.
경기도로 이사 온 것도 20년이 다 되었지만 처음 이사 온 후 6년 정도는 향수병에 고생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아내는 수도권의 생활에 금방 적응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나는 향수병이 심해지면 차를 몰고 부산 근처 바다로 가서 하염없이 바다를 보며 향수를 달래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제가 직장을 옮긴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부산에서는 더 이상 직장을 구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부산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라고 기억합니다.
당시 부산을 운전해서 가다 보면 천안까지 뻥 뚫린 고속도로는 천안을 지나면 조금 좁아지고, 부산에 가까이 가면 좁고 낡은 도로로 변해 퇴락해가는 부산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다닌 지방의 국립대학은 큰아이가 대입원서를 쓸 때에는 '지방잡대'로 변했습니다. 최근 부산은 도로도 많이 뚫었고, 관광지의 면모도 갖추었지만, 서울로 수도권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것을 막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천관율 기자의 기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할 때, SK하이닉스가 용인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 이상 지역 간 분업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로 이해했다며 가덕도 공항이 왜 비전인가를 설명합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울경 지역의 숙원사업이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번번이 중앙정부의 벽에 막혔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검토를 지시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신공항이 백지화된다. 신공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6월에 다시 불가 판정을 받는다. 이때 선택된 안이 바로 김해공항 확장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뒤에도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계속 추진하였고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도 개입을 하지 않았다.’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지식을 보유한 고급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구미가 공장 부지를 무상 불하하고 기숙사를 지어주면 기업의 비용을 줄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로 고급 인재를 구미에 살도록 잡아둘 수는 없다. 지식은 한데 모일수록 증폭하기 때문에, 집중될수록 더 많은 지식 노동자를 끌어들인다. 그래서 21세기에 대도시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처럼 작동한다. 이것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커질수록, 더 커진다. 먼저 자리 잡은 플랫폼은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갈수록 벌린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부산을 핵심 거점으로 동남권의 제조업 단지를 한데 묶어 거대 도시를 만들자는 구상을 한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김 지사는 ‘부산 메가시티 구상’이라고 부릅니다. 김 지사의 구상은 균형발전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균형발전 전략인 부산 메가시티 구상 위에 가덕도 신공항을 배치하면 논쟁의 틀이 달라진다. 다음과 같은 논리다. 수도권 집중은 서울 과밀을 낳고, 과밀은 부동산과 교육의 무한경쟁을 낳으며, 무한경쟁은 삶의 질 저하를 낳는다. 과밀할수록 덜 낳는 것도 있다. 아이다. 서울출생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그러므로 균형발전 전략은 과밀을 해소하는 서울의 민생 전략이자 인구 전략이기도 하다. 반대로 가덕도 회의론도 더 깊은 정치적 비전의 문제로 재해석할 수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부울경 권역 밖에서는 거의 지지자를 얻지 못하는 이유도 “지방의 선심성 낭비에 세금을 쓰지 마라”는 주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하는 논리도 여기에 뿌리를 뒀다. 이 관점에서는 BC(비용 대비 편익의 약어)가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BC는 정치적 결단과 전략적 비전의 문제를 전문가의 계산 문제로 바꿔버린다. 이러면 정치의 공간이 좁아진다. 도시의 플랫폼 효과를 다시 떠올려보자. 지방은 돈도 사람도 떠나가기 때문에, 국책사업을 하려 해도 BC가 1을 넘기기 어렵다. 그렇게 해서 투자가 줄어들면, 돈도 사람도 더 빨리 지방을 떠나간다. 악순환이다. 균형발전을 비전으로 내세우는 정치가는 정치가 개입해서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BC만 보고 결정하면 비전과 예산 도둑이 모두 걸려져버린다. BC를 무시하면 예산 도둑이 번창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두 공항 이야기는 정치드라마다.’
가덕도 신공항이 부울경 지역의 숙원사업인 이유는 김동인 기자가 풀어냈습니다.
‘수도권 주민들은 체감할 수 없는 이 지역 산업과 경제의 위기감이 존재하고, 공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지역균형 인프라 투자라는 얘기다. 부울경 지역의 2018년 인구 순유출은 약 4만 6000명 수준이다. 해마다 순유출 규모가 늘고 있다. 20.30 세대의 이탈이 특히 두드러진다. 부울경 GRDP(지역내 총생산)가 성장하는 속도(=성장률)는 대한민국 전체의 GDP 성장률보다 낮다. 부울경은 ‘공단형 발전’이 가능했고 ‘규모의 경제’가 작동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부울경 지역 산업단지는 발전 동력의 상당 부분을 수도권에 뺏기기 시작했다.’
‘가덕도 신공항을 단순히 800만 지역민의 여객 기능에 맞추어 살펴보면 산업 재편과 맞닿지 않는다. 접근성과 여객 기능만 생각한다면 김해공항 확장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울경은 공항을 산업과 연계한 지역발전 전략을 품고 있다. 부산 신항만과의 연계로 물류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즉 가덕도 국제공항 방안의 초점은 여객이 아니라 화물이다. 항공 교통산업도 고려 대상이다. 반드시 ‘허브공항’ 기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행기 격납고, 정비시설 등이 연계되는 방식이다. 부울경은 연결된 권역이 아니다. 이동거리를 압축하기 위해서는 철도, 특히 광역전철망이 필수적이다. 부산.울산.창원이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내에 오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동질성이 생긴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서부 지역과 경남 창원.거제를 대중교통으로 잇는 명분이 될 수 있다. 공항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철도망 구축은 곧 경남 동남부를 부산과 이어주는 촉매제가 된다. ‘산업체계 변화와 연동된 새로운 메가시티 도시계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신공항이라는 모멘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수도권 과밀화, 수도권 독점에 대항하자는 지역사회의 ‘합의’가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되느냐도 관건이다.’
수도권에 사는 분들은 김해공항과 가덕도를 지도로 보면서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하는 부울경 지역 사람들을 이해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공항은 활주로를 기준으로 타원형 소음축을 만드는데, 소음축 내에 주택 밀집지역이 있다면 야간 운항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김해공항이 그렇다고 합니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소음축 내 주택 밀집지역은 더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은 바다를 매립하므로 야간 운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며. 화물기의 운항은 야간을 많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화물운송 허브공항이 왜 가덕도 인지 설명되는 것입니다.
두 기자의 기사를 정리하니 왜 김해공항의 확장보다는 가덕도 신공항이 부울경에 유리하고 필요한지 잘 정리가 되었습니다. 부울경 지역주민들의 분투와 노력이 결실을 맺길 기원합니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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