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시민결합법

무주이장 2020. 10. 29. 11:37

시민결합법

 

 법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는 거창한 개념도 있지만 법치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구성원의 동의에 의하여 존재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사회의 구성원들은 자기들이 생각하는 가치관에 맞는 사회체계를 원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법이 존재하면 좋겠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므로 모두의 동의를 구하는 대신에 다수결로 법을 정하게 된다. 결국 어떤 사람들은 만족하지만 어떤 사람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분쟁을 초래하게 된다. 미국의 남북전쟁 원인 중 하나는 노예해방의 찬성과 반대가 부딪힌 것이었다.

 

 법의 역할을 따져보면 두 개의 시각으로 나뉜다. 하나는 법이 사람들의 행동을 촉진하거나(작위),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게(부작위) 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법이 세상의 모든 일들에 간섭할 수 없으므로 자연발생적인 인간사들을 될 수 있으면 법치제도 내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제도를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앞의 설명은 모든 사람을 법의 지배에 두겠다는 적극성이 보이는 반면, 뒤의 것은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법이 도우는 정도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동성애, 동성 간의 혼인에 대하여 찬반 논란은 법을 보는 이런 기본적인 시각의 차이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혼인은 이성 간의 결합만을 민법 등이 인정한다. 따라서 동성 간의 혼인은 법적으로 보호되지 못한다. 인권이 향상되고 혼인도 여러 형태를 띠게 되면서 종전의 혼인 규정에서 벗어나는 모양들이 나타난다. 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죄악시한다. 법으로 강력히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전통적인 혼인 외의 방식으로 발생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므로 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들 중에서 법의 불비를 보완하는 입법으로 시민결합법이라는 것이 있다. “혼인 관계에 준하여 배우자로서의 권리와 상속, 세제, 보험, 의료, 입양, 양육 등의 법적 이익이 일부 혹은 온전히 보장되는 제도를 규정한 법이라는 설명이다.

 

 동성애가 사회적인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큰 우리나라의 경우 시민결합법을 찬성하는 경우는 소수일 것이다. 성적 선호를 이유로 일부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조차 반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언감생심의 법이다. 2020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큐멘터리 (프란체스코)의 인터뷰에서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민 결합 제도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나는 동성애 커플 보호 장치로서 시민결합법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생전에 유다인들이 경멸하는 매춘부, 세리, 과부, 사마리아인들과 함께 하셨다. 당시 법으로 차별과 천대가 당연시되고 합법화된 사회에서 그는 차별받는 사람들과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었다. 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도 서슴지 않으셨다. 그 이유는 단지 하나이다. 그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예수님은 잃어버린 양을 찾아오셨기 때문이셨다.

 

 어느 종교 지도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견을 반박할 것인가. 어떤 종교지도자가 저들은 하나님이 버린 자식들이라 법적 보호가 필요 없다”라고, 죄인들이라 차별을 당해도 싸다”라고 감히 말을 할 수 있을까.

 

 영화 두 교황에서는 종신직인 교황직을 사임하려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추기경의 대화가 영화 내내 긴장감을 주면서도 교회를 걱정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존경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같이 염려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종교계의 어른들이 있으면 행복하겠다.

 

 참고로 시민결합법은 2014년 현재 약 20여 개 국가에서 운영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