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차별금지법안을 반대하는 개신교는 종교의 정도를 지키고 있는가.

무주이장 2020. 10. 21. 10:27

차별금지법안을 반대하는 개신교는 종교의 정도를 지키고 있는가.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개신교계 일부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며,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에게 공격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동성애가 이미 현실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고 대처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등의 합리적인 의견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특히 그런 주장을 목사가 한다면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화형을 면할 길이 없을 정도입니다.

 

 중세 암흑시대라고 불리는 때는 온 세상을 하나님이 다스리는 듯, 하나님을 대행한 성직자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발언을 하고 권력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들의 전횡이 지나쳐 면죄부까지 발행하여 인간의 죄를 사하여 준다며 사기를 치기에 이르렀습니다. 교회는 세상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영향력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은 하나님의 뜻대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제 암흑시대를 벗어나 문명시대를 살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20조에는 종교의 자유와 함께 정교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한 것입니다. 종교가 사회에 준 패악을 방지하기 위하여 둔 규정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고 합의된 것입니다. 종교는 자유를 만끽하되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역사가 준 교훈을 문자화한 것입니다.

 

 동성애자를 옹호하기 위하여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제안되었다며 개신교계 일부에서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별금지법안이 금지하는 대상의 범위를 검색했습니다.

 

차별금지법안 제3(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1. 이 법에서 차별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경우를 말한다.

1.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이하성별등이라 한다)을 이유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영역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 구별 제한 배제 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라는 행위

 .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승급, 임금 및 임금 외의 금 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

 .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 교육기관 및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이용

 .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

 

 요지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고용이나, 재화 용역 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 및 직업 훈련기관에서의 교육 훈련이나 이용,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에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교계에서는 처음법은 이런 정도이지만, 결국에는 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까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예언을 하면서 반대를 합니다.

 

 종교란 어떤 기능을 수행할까요? 저는 다락방에서 성경공부를 하면서 한 번씩 당황하는 때가 있습니다. 미워 죽겠는데 그래서 미움을 표시하는데, 모두가 다 제 얘기를 들어주는데, 자꾸 제가 불쌍해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표시할 때마다, 자꾸 제 마음의 옹졸함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남을 미워하는 이유를 찾아 옳지 않냐고 동의를 구하는 모습이 졸렬했기 때문입니다.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은 숲을 보았고, 저는 길 가의 가시 많은 아카시아 한 그루를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종교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잘못을 회개하면 용서하는 것이 종교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종교는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변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동성애자를 죄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신지옥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음일 뿐입니다. 하나님이 온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은 저의 믿음일 뿐, 세상을 지배하는 규칙은 아닙니다. 종교의 자유를 강조하는 그 만큼, 믿지 않을 자유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믿음을 가진 성도들끼리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우리의 삶의 기준을 거기에 두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을 차별하고, 죄악시하며 미워하는 것이 합리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경험은 이미 중세에서 경험했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의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동성애가 취향으로 규정되면 취향을 바꾸도록 도와야 합니다. 금연을 독려하듯이요. 하지만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주어진 문화와 환경에서 발육된 것이고, 종교가 그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도움을 주지 못할 망정, 비난을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동성애를 분석한 일본 심리학자 기시다 슈씨의 글을 소개합니다.

 

남자 동성애자란 자신의 남성다움남자인 사실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남자로서의 아이덴티티에 불안하고 불확실해하는 사람이다즉 그는 아직 충분한 남성이 아니므로 결핍된 ‘남성이 바로 잃어버린 자아이다그가 상대 남성에게 원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결핍된 부분인 ‘남성이며 그것과 합체함으로써 그는 전체적인 자아를 회복하려고 하는 것이다한편 ‘여성은 그에게 잃어버린 자아가 아니다어머니(또는 그 대리인)와 과도하게 긴밀한 그에게 여성일 가능성은 잃어버린 가능성이 아니라 방심하면 실현될지도 모르는 두려운 가능성이며 그는 그 위험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조심해야 한다여성은 숨 막히는 압박이며 항상 그를 삼키려고 한다실제로 그는 어머니의 과도한 애정으로 남성성을 빼앗겼으며 그의 ‘남성은 어머니의 지배하에서 질식하고 있다남자 동성애자는 종종 어머니에 대해 상당히때로는 기분 나쁠 정도로 헌신적인데(예를 들면 나이가 찬 성인 남자가 어머니와 함께 목욕탕에 들어가 몸을 씻겨준다든가 어디든 어머니를 데리고 다닌다든가이것은 자신과 별개의 존재로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자아가 아직 어머니와 분리되지 않고 다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리고 어머니에게 독립을 빼앗긴 그는 무의식적으로는 어머니를 증오하며 이 증오가 억압되어 있으므로 다른 여자들에게 옮겨가 여성 일반을 증오하게 된다.

 

 남자 동성애자는 아버지와의 관계만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도 남자로서의 자아를 형성할 수 없었던 사람이다그러나 그는 남성의 자아를 형성할 수 없었다고 해서 여성의 자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만약 여성의 자아를 가질 수 있었다면 동성애자가 아니라 수술을 받고 성전환자가 되었을 것이다동성애자와 성전환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성전환자는 남자인 자신의 육체를 혐오하여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이며 동성애자는 여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남성성에 매달리는 것이다.

 

 동성애자는 사회의 문화가 이성애자로 만드는 것에 실패한 사람이다동성애는 결코 병이 아니며 단지 문화가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전체적 자아를 회복하려고 했던 것에 불과한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동성애자를 치료하여 이성애자로 만드는 것은 이성애자를 치료하여 동성애자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것이므로 그에게 그런 회복의 노력과 퇴행의 권리를 금하는 것은 잔혹한 일이다.’(정신분석을 말하다 중에서)

 

 누군가 저에게 동성애를 권하고 바꾸라고 한다면,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이성애자인 나를 동성애자로 바꾸려는 것이 잔혹하고 어려운 일이라면 동성애자에게 이성애자로 바꾸라고 하는 것도 그 만큼의 잔혹함과 어려움을 가진 것이리라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