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 인생, 변수 인생
옛말에 칙간(측간)과 사돈댁은 멀수록 좋다고 합니다. 칙간이란 것이 지금과 달리 집안에 두지 못한 것은 재래식, 푸세식이라 냄새와 위생문제가 있어서이고, 사돈댁이 멀수록 좋다는 말은 결혼한 아이들의 관계에 따라 사돈 간의 관계가 본인들의 의지와는 달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결혼한 아이들이 싸우면 어른들이 그 싸움에 끼어들기 십상인 것이죠.
상수와 변수라는 수학용어가 있습니다. 상수를 검색하면 1. 어느 관계를 통하여 변하지 않는 일정한 값을 가진 수나 양 2. 정하여진 운명 3. 물질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표시하는 수치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와 달리 변수는 1. 어떤 정세나 상황의 가변적 요인 2. 어떤 관계나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값으로 임의로 변할 수 있는 수라고 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라고 가르치고 배웁니다. 물론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과정에서 부모나 선생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도움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나는 ‘내가 상수다’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내가 변하는 것은 내가 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내 인생이 누군가에 의하여 조종되고 변한다면 자아가 상실되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고 자기 생에서 소외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두 집안의 아이들을 결혼시킨 사돈은 서로의 선택에 의해 알게 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여 결혼을 하게 되어 생성된 관계입니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돈 간에 잦은 교류를 하면서 친밀감을 쌓아도 아이들이 갈라서면 친밀감을 유지하기에는 힘듭니다. 힘든 모습을 보이는 자식들을 무시하고 사돈 간에 교류를 하는 것은 아이들을 위로하는 좋은 방법이 아닌 것입니다. 아이들이 서로를 좋게 생각하며 헤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좋게 헤어질 것 같았으면 당초 갈라서지 않았을 것이겠죠) 아이들과 별개로 사돈 간에 만남을 유지하거나 좋은 관계를 갖기 쉽지 않은 것입니다.
내가 내 인생의 상수로 살았더라도 아이들이 결혼하면 아이들 결혼 생활의 종속변수로 전락합니다. 상수로 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상수가 되고 아이들이 종속변수가 되면 아이들이 불행해지기 쉽습니다. 마마보이는 엄마의 종속변수가 된 아이들을 지칭하는 말일 것입니다. 종속변수가 된 부모들 간에 체결한 사돈이라는 관계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멀리서 서로 존중하라는 것이 ‘사돈댁은 멀수록 좋다’라는 속담으로 전해져 내려온 것일 겁니다.
사돈댁과 일 년에 한두 번 같이 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이 보기에 좋다고 싱글벙글하면 내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우리들의 관계는 너희들의 관계에 달렸다.” 아이들이 삶의 상수로서 동반자의 길을 가길 바랍니다. 그게 내가 살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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