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4

빈 옷장.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1984BOOKS 간행

이 책과 함께 읽고 있는 책이 안희연 시인의 산문집 “단어의 집”입니다. “빈 옷장”을 읽고 난 후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안 시인의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정성과 사랑으로 기도로 길러진 존재들이다.” (125쪽)  과연 그럴까요? 얼마 전 뉴스에서 30대의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40대의 아들도 아버지를 죽였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같은 소식을 제가 잘못 들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이유는 ‘아버지의 폭력’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자기를 향한 아버지의 폭력에 대항했다는 설명입니다. 너무 극단적이 예인가요? 키운 부모와 양육된 자식 간에 오해는 늘 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지푸스의 돌처럼 부모와 자식의..

매일 에세이 2024.11.07

H마트에서 울다. 미셀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문학동네 간행.

타인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얼굴보고 같이 살면서도 저는 아내의 마음,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지 못했습니다. 소설을 읽고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읽어낸다고 믿었지만, 책은 책이고, 생활은 ‘따로’였습니다. 아내는 지쳤습니다. 간혹 제가 바뀌지 않았냐고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스럽습니다. “뭐가 바꼈다는 거야?” 말투도 눈총도 무섭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라고 자격 시험을 치르고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닙니다. 자격 시험을 치렀다고 해서 무어 그리 달라지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도 없이 아이를 낳으면 사랑으로 키울 것이라는 막연한 결심만으로는 육아의 현실은 냉엄합니다. 제가 클 때 부모로부터 매도 맞았습니다. 가난에 찌든 부모가 무슨 마음의 여유..

매일 에세이 2024.09.23

아침은 생각한다. 문태준 시집. 창비시선471. 4

어머니는 늘 개를 키웠습니다. 간혹 공사장에 밥을 해주기도 해서 잔반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잘 키워 동네 사람들이 찾을 때 내주려는 목적도 있었던 듯합니다. 키우는 개가 자주 바뀌었습니다. 요즘이야 시골이래도 개를 먹는 분들이 많이 줄었으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 세월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개를 대충 키우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읽은 녀석들은 늘 어머니 곁을 지켰습니다. 사춘기부터 어머니와 자주 다투던 저 때문에 마음이 상한 어머니는 말수 적은 남편에게 하소연 못하고, 냉랭한 관계의 시어머니에게 마음을 열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곁에 머무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따뜻한 개의 체온으로 언 마음을 녹였습니다. 어머니가 개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 유전되었습니..

매일 에세이 2024.02.21

책 이야기 : 내 아이가 힘겨운 부모들에게, 오은영 지음, 녹색지팡이 출판

책 이야기 : 내 아이가 힘겨운 부모들에게, 오은영 지음, 녹색지팡이 출판 오은영 선생이 지은 책을 몇 권 구입하고는 이제 다 읽었다. 내 아이들이 이십 대 후반이고 삼십 대 초반이지만 아이와 아이를 키운 나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분들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지 생각하면 안타깝다. 하지만 어쩌랴, 부부가 좋아 낳은 아이들인 건 분명하니 배우고 익혀 아이들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가면서 키울 수밖에… 다른 방법을 아는 분은 알려주시라. 문.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 됐는데도 갑자기 말을 안 들어요. 벌써 사춘기가 아닌가요? 답. 아닙니다. 그러나 너무 이른 반항기는 대부분 심각한 사춘기의 예고편입니다. 문. 사춘기 아이가 똥고집을 부리네요? 답. 똥고집을 부릴..

매일 에세이 20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