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늘 개를 키웠습니다. 간혹 공사장에 밥을 해주기도 해서 잔반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잘 키워 동네 사람들이 찾을 때 내주려는 목적도 있었던 듯합니다. 키우는 개가 자주 바뀌었습니다. 요즘이야 시골이래도 개를 먹는 분들이 많이 줄었으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 세월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개를 대충 키우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읽은 녀석들은 늘 어머니 곁을 지켰습니다. 사춘기부터 어머니와 자주 다투던 저 때문에 마음이 상한 어머니는 말수 적은 남편에게 하소연 못하고, 냉랭한 관계의 시어머니에게 마음을 열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곁에 머무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따뜻한 개의 체온으로 언 마음을 녹였습니다. 어머니가 개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 유전되었습니다. 유모차에 실려 산책하는 개들까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어디 개 잘못이겠습니까? 시인이 개를 보는 따뜻한 시선에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도 나고, 사연 많았던 어머니의 개들도 생각났습니다.
오롬이 1
여름에 우리 집에 온
강아지 오롬이는
날로 똑똑해져요
마른 나뭇잎같이
가벼운
내 발소리에
집에서 자다가도 나와요
캄캄한 하늘에 달님 오시듯이
가을밤에
흰털의 오롬이는
몸을 털며
내가 반가워
나한테 와요
오롬이 2
땅이 해를 받으면
오롬이도 땅바닥을 뒹굴며
해를 받아요
등을 대고 접시처럼 누워
토실토실한 배 위에
해를 받아요
나는 작고 따뜻한 손바닥을
오롬이의 배에 대고
쓰다듬고 문질러요
오롬이는
내 손바닥의 햇살도 좋아해요
문태준 시인의 짧은 시에 마음이 흠뻑 젖어 저도 시 한 수 지으려 시도하지만 ‘아서라’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마음만 따라가다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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