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크라우스 소설 3

남자가 된다는 것(TO BE A MAN). 니콜 크라우스 소설. 민은영 옮김 3

나는 잠들었지만 내 심장은 깨어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 살 때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와 딸은 더 이상 죽음을 상대하지 말자고 합의했지만, 아무런 경고도 없이 아버지가 합의를 깼습니다. 합의가 깨진 후의 수습은 딸의 몫입니다. 딸은 텔아비브에 있는 아파트의 열쇠를 받습니다. 그런 것이 있을 것으로 상상도 못 했던 아버지가 살았던 아파트의 열쇠였습니다. 딸은 아버지가 살았던 아파트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젊은 시절을 보냅니다. 젊은 시절, 거칠 것이 없었던 세월을 살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며 자신했습니다. 꿈을 찾고 실현하는 숨 가쁜 시간 속에서도 뮤즈를 찾았고 결혼을 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했습니다. 하..

매일 에세이 2023.10.22

남자가 된다는 것(TO BE A MAN). 니콜 크라우스 소설. 민은영 옮김 2

두 번째 이야기는 유대인 남자 이야기입니다. ‘옥상의 주샤’라는 제목의 글인데 주샤는 랍비 이름입니다. 주샤가 우크라이나의 한노필(이디시어로 ‘아니폴리’)에 정착한 후 그의 주위로 정통파 유대인들이 모여 하시딤이라는 영적 부흥 운동과 이를 따르는 유대인 공동체가 생겼다는 주석을 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옥상에서 새로운 유대인 공동체를 만들 랍비 주샤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50년간 교수로서 살았던 주인공은 2주 동안 병원에서 죽어 있었는데 다시 살아 돌아왔습니다. 그는 장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 합병증으로 양측성 폐렴에 걸려 회복할 수 없으며 죽을 것이라는 의사들의 확정적인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있던 그날들에 딸은 손자를 낳았습니다. 지옥의 문 ..

매일 에세이 2023.10.20

남자가 된다는 것(TO BE A MAN). 니콜 크라우스 소설. 민은영 옮김 1

이 책, 네 편의 소설을 읽고는 재빨리 책 뒤의 해설을 읽었습니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어렴풋이 알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원제를 그냥 우리말로 해석한 것입니다)이 왜 나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그랬습니다. 사람들이 다 비슷한 모양입니다. 옮긴 이, 민은영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호하고 광범위하고 논쟁적일 수도 있는 제목으로 한데 묶인 이야기들에서 니콜 크라우스가 주로 주목한 것은 젠더 등의 문제도,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의 문제도 아니다. 그는 남성성을 정의하는 문화와 남성 개인의 삶 곳곳에 작용하는 폭력성에 주목하며 그것이 본인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비트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묘사한다. 그리하여 이 단편들은 결국 남자의, ..

매일 에세이 2023.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