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네 편의 소설을 읽고는 재빨리 책 뒤의 해설을 읽었습니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어렴풋이 알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원제를 그냥 우리말로 해석한 것입니다)이 왜 나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그랬습니다. 사람들이 다 비슷한 모양입니다. 옮긴 이, 민은영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호하고 광범위하고 논쟁적일 수도 있는 제목으로 한데 묶인 이야기들에서 니콜 크라우스가 주로 주목한 것은 젠더 등의 문제도,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의 문제도 아니다. 그는 남성성을 정의하는 문화와 남성 개인의 삶 곳곳에 작용하는 폭력성에 주목하며 그것이 본인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비트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묘사한다. 그리하여 이 단편들은 결국 남자의, 여자의, 유대인의, 그 외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279~280쪽)
세상의 반이 남자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기억났습니다. 그럼 세상의 반은 여자이지요. 이들은 세상에서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무시하고 원한을 가지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유대인 남자라고 하면 범위가 조금은 좁혀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대인 여자만 만나는 것은 아니니 결국 ‘남자가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은 남자가 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쓴 글이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남자가 되는 조건은 심리나 태도 등의 행동도 포함하는 것이기에 작가가 본 남자들의 이야기가 될 듯도 합니다. 이쯤에서 다시 작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머지 소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와 옮긴이가 정한 길을 따라가는 한계는 있겠지만 그래도 작가의 의도를 조금 더 이해했다고 믿습니다.
첫째 이야기는 스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같은 하숙집 뒷방에서 살았던 소라야가 만났던 남자 이야기입니다. 비록 화자보다는 다섯 살이 많은 언니이지만, 그럼에도 18살의 어린 여자아이인 소라야를 30년이 지난 후에야 화자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남자다운(?) 강력한 매력으로 다가와 소라야를 자기의 지시대로 움직이도록 강요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스스럼없이 행사하는 남자와 그와 맞선 소라야의 이야기입니다.
소라야는 이 남자를 만나던 중 실종됩니다. 실종된 후 파리에서 아버지가 나타나고, 경찰이 수사를 하지만 경찰은 소라야를 찾지 못합니다. 소라야는 결국 혼자 힘으로 하숙집으로 돌아옵니다. “나는 소라야가 슬픈 미소를 띠고 내 머리카락을 만졌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본 건 어떤 품위였다고 믿었다. 자신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며 어둠 혹은 두려움과 맞붙어 이긴 사람의 품위” (29쪽) 돌아온 소라야가 아버지와 함께 파리로 돌아간 후 화자는 회고합니다. 사건이 나기 전 소라야는 룸메이트와 화자에게 그 남자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곤 했답니다. 소라야가 사귀었던 "네덜란드 은행가 얘기를 우리에게 해줄 때 뱃속에서 터져 나오던 그 낮은 웃음소리. 그는 소라야를 한 손으로 두 동강 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부러져 있었거나, 결코 부러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회상합니다. 이제는 딸 둘을 가진 어머니가 된 화자는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자신의 둘째 딸을 봅니다. 소라야와 비슷한 딸을 보며 아이를 걱정하면서도 때로는 부러움을 느낍니다. 화자가 30년이 지나서야 소라야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이유를 알 듯도 합니다.
실종된 기간 동안 소라야는 어떤 일을 겪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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