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오찬호 씨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게 하는 사건. 사고 12개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살기 바빠 그냥 한 꼭지의 기사를 보고, 잠깐 생각하면서 잊어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엄청난 사고가 발생해도 얼마의 시간만 지나면 지겨워하거나, 불편해서 잊으려고 합니다. 저자는 사회구조적인 모순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사회의 나쁜 면이 반복되는 것을 자꾸 접하다 보면 회피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비일상적인 불행이 익숙해져도, 익숙해진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꼴이라면서, 이와 비례하여 사회구조라는 거대한 덩어리는 원래의 속성이 더 강화되고 더 무시무시해지며, 그 위압감에 평범한 개인들은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철학만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현실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권합니다.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이 사회는 사람이 만든 거고 그걸 바꾸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항상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우직하게 그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충고합니다. 세상의 변화는 우리의 태도에 달렸습니다. 변하지 않는 사회를 보면서 절망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우리 사회의 민낯을 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무엇 하나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제 기억이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불편함만 느끼고 불편함을 없애는 일에 어떤 기여도 없었다는 것에 낭패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니 더욱 불편했겠지요.
저자의 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 변희수, 고 최진리, 고 최숙현, 고 김용균, 고 성북 네 모녀, 고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0000명 등 우리 사회의 모순에 짓눌려 사라진 사람들입니다. 모두 6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n번방 사건, 낙태죄 폐지,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를 깊게 들여다보는 시선을 두게 합니다. 여기도 6편이 글이 실렸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은 사회학자만이 갖는 것은 아니지만 훈련된 눈으로 우리가 쉽게 볼 수 없었던 세상을 보게 합니다.
읽기에 불편하지만 그래도 읽어야 하고, 읽은 사람들의 공감이 모여 우리 사회의 모순이 조금씩 줄어들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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