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등딱지 거북, 거북의 기원: 오돈토켈리스
우리가 살고 있는 땅껍질이 거대한 거북의 등 위에 있다는 학설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땅껍질을 이고 있는 거북은 어디에 서 있을까? 그 거북 밑에는 조금 더 큰 거북이 있단다. 그럼 그 거북은 또 어디에? 소용없단다. 계속 그 밑으로 다 거북이란다. 이 이야기는 다른 문제와도 닮아 있다. 만약 우리가 거북의 화석 기록을 쫓아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아직 거북은 아니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도 거북과 가까운 전이 형태는 어떤 종류의 동물일까? 어떤 동물이 ‘절반의 거북’이 될 수 있었을까? 창조론자들은 ‘절반의 거북’의 특징을 지닌 동물을 상상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2008년에 수년의 노력에 마침표를 찍는 놀라운 발견을 함으로써, 화석 기록은 일반적인 파충류에서 진정한 거북으로 이어지는 거의 모든 단계를 나타내는 표본을 얻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창조론자도 그렇다)이 보기에 거북은 다 그것이 그것 같지만, 거북의 종류는 455속 1200종이 넘는다. 대부분의 화석 거북은 비교적 작은데, 현생 거북도 크기 범위가 대략 비슷하다. 현생 거북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바다거북이다. 그러나 과거 지질시대에는 진정한 괴물 거북이 있었다. 가장 큰 거북은 바다거북 아르켈론(그리스어로 ‘거북의 왕’)이었다. 멸종된 거대 땅거북은 아르켈론만큼 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날의 대형 거북들보다는 훨씬 컸다. 모든 육지거북 중에서 가장 큰 종류 역시 남아메리카에 살았던 스투펜데미스였다.
알려진 가장 오래된 육지거북이자 2008년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거북은 프로가노켈시스였다. 해부학이나 동물학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프로가노켈리스는 다른 거북들과 똑같아 보인다.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후의 거북들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 드러난다. 프로가노켈리스는 등딱지가 있는 확실한 거북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특징들은 후대의 거북과는 매우 다른 원시적인 파충류였다. 오랫동안 창조론자들은 프로가노켈리스를 “그냥 거북일 뿐”이라고 무시하면서, 등딱지가 없는 거북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던 2008년, 거북의 기원에 관한 의문은 마침내 그 답을 찾았다.
수십 년 동안, 중국 고생물학자들은 관링 생물상이라는 매우 중요한 화석 발굴지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중국 과학자들은 그들이 수집한 대단히 흥미로운 화석들을 2008년에 발표했다. 완전한 골격과 여러 부분 골격을 토대로, 이들은 이 화석들을 오돈토켈리스 세미테스타케아(절반의 거북딱지를 가진 이빨이 있는 거북)라고 명명했다. 누가 봐도 거북과 다른 파충류 사이의 전이화석으로서 아무런 손색이 없는 화석이었다. 오돈토켈리스는 ‘거북은 어떻게 거북딱지가 없는 상태에서 완전한 거북딱지를 가진 거북으로 진화할 수 있었는가?’라는 궁금증의 해답을 내놓은 것이다. 거북딱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완전한 거북딱지로 전이되는 과정에서는 등딱지가 아니라 배딱지가 먼저 형성된 것이다. 오돈토켈리스야말로 정확히 ‘절반의 거북딱지’를 가진 거북이었다.
오돈토켈리스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또 다른 논란도 해결했다. 수십 년 동안, 일부 고생물학자들은 거북의 등딱지가 피부에서 발달한 작은 골판이 융합해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다른 고생물학자들은 등 쪽의 갈비뼈가 확장되어서 등딱지가 진화했다고 맞섰다. 오돈토켈리스는 후자가 옳다는 것을 보여준다. 등 쪽의 갈비뼈가 넓적하게 확장되면서 거북딱지로 발달하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비뼈 위나 사이에는 골판이 전혀 박혀 있지 않았다. 오돈토켈리스는 또 다른 의문에 대한 해답도 내놓았다. 거북이 어떤 환경에서 처음 진화했는지에 관한 의문이다. 프로가노켈리스 같은 이후의 거북 화석은 대부분 육상에 형성된 퇴적층에서 발견되었다. 그래서 많은 고생물학자는 거북이 원래 육상동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거북으로 알려진 오돈토켈리스는 분명한 수생동물이었다. 대양에 살았고, 당시의 강과 삼각주 지역에서 헤엄을 쳤을 수도 있다. 앞다리의 크기를 토대로 볼 때, 오돈토켈리스는 소량의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서식하는 많은 거북과 닮았다.
그런데 거북은 어떤 종류의 파충류에서 갈라져 나왔을까? 예일 대학과 독일 튀빙겐 대학의 연구진이 내놓은 최근의 분석은 거북이 현존하는 파충류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무리라는 것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사례가 있다. 이들이 발견한 화석, 에우노토사우루스는 크고 뚱뚱한 도마뱀처럼 생겼지만, 도마뱀과는 다른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골격에 나타난다. 이 중에서 가장 놀라운 특징은 대단히 확장된, 넓적하고 평평한 등 쪽의 갈비뼈다. 이 갈비뼈들은 완벽한 등딱지에 가까울 정도로 사이사이의 틈새가 거의 없었다. 이 특징과 함께 다른 여러 해부학적 특징들 때문에, 거북이 원시적인 파충류의 계통에서 유래했다고 확신한 과학자들이 많았다. 거북이 어떤 파충류에서 유래했는지에 관한 문제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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