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뱀, 뱀의 기원: 하시오피스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한 과일을 먹고는 뱀은 저주의 동물이 되었다. 아담은 하와에게 책임을 씌웠고, 하와는 뱀 탓이라고 둘러댔다. 아담과 하와가 공범이라 둘이서 잘 살았는지, 하와가 아담을 평생 원망하며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뱀은 이야기에 소환되어 억울하게 되었다. 뱀은 말할 수 있는 혀가 없지 않은가? 어찌 하와를 꼬드길 수 있었겠는가? 뱀은 애초 에덴동산에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제 뱀의 기원에 대한 도널드 R. 프로세로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콜롬비아의 팔레오세(6000만~5800만 년 전) 퇴적층에서 최근에 발견된 티타노보아는 아나콘다 같은 오늘날의 뱀들이 세운 기록들을 모두 깼다.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전체 길이는 스쿨버스 길이와 맞먹는 15미터에 달했고 무게는 약 1135킬로그램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티타노보아가 가장 큰 뱀이 되기 전까지 그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동물은 기간토피스였다. 기간토피스는 곤드와나 대륙에 살았던 마드트소이아과의 멸종한 괴물 뱀으로, 이집트와 알제리의 에오세(40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되었다.
뱀은 적응과 성공의 경이로운 사례이며, 지구상에서 공룡이 사라진 이래로 줄곧 존재해 왔다. 그런데 뱀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네발 달린 파충류는 어떻게 뱀으로 바뀌었을까? 이 진화를 증명해 줄 전이화석은 어디에 있을까? 사실, 다리가 없어지는 것은 변형에서 가장 간단한 부분이다. 파충류 중에서 다리가 없는 종류는 뱀만이 아니다. 지렁이도마뱀이라고 불리는 현생 파충류 무리 전체와 굼벵이무족도마뱀, 유리도마뱀 같은 일부 도마뱀 무리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사지가 사라져 가고 있는 화석 뱀을 찾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이런 모든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선사시대의 기록 속에는 네발 달린 도마뱀에서 다리 없는 뱀으로의 전이를 입증하는 놀라운 화석들이 남아 있다. 첫째 단계는 쥐라기의 수많은 화석 단편에 나타난다. 그러다가 2007년에 슬로베니아의 백악기 중기(약9500만 년 전) 암석에서 아드리오사우루스 미크로브라키스라는 화석이 발견되었다. 몸이 대단히 가늘고 긴 해양 도마뱀이었던 이놈은 흔적만 남은 앞다리와 완전한 기능을 하는 뒷다리를 갖고 있었다. 그다음 단계는 앞다리는 사라졌지만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작은 뒷다리는 아직 남아 있는 다양한 종류의 뱀들이다. 나지시 리오네그리나가 발굴되어 2006년에 기재되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백악기 후기의 해양 퇴적암에서는 뱀과 더 비슷한 형태로 분화한 특별한 화석 뱀들이 잇달아 발견되었다. 이 화석들 중에서 가장 완전한 것은 하시오피스 테라산투스다. 백악기 후기의 바다에 살았던 멸종한 뱀들의 작은 뒷다리뿐만 아니라, 보아와 그 친척들 같은 원시적인 현생 뱀들의 몸에 때로는 작은 ‘돌기spur’처럼 돋아 있는 엉덩이뼈와 넓적다리뼈의 흔적도 뱀과 다리가 있는 생물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을 조용히 드러내는 강력한 증거다.
그런데 뱀의 조상은 어떤 동물이었을까? 선구적인 고생물학자이자 파충류학자인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고아나도마뱀과 인도네시아의 코모도왕도마뱀 같은 왕도마뱀이 뱀과 해부학적으로 유사점이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최근의 분자생물학적 자료는 그렇지 않고 조금 애매하다. 다른 학파에서는 뱀이 헤엄을 치던 도마뱀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보르네오의 귀 없는 왕도마뱀인 란타노투스처럼 굴을 파던 도마뱀에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뱀의 가장 가까운 친척에 관한 미스터리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것이 과학이 나아가는 방식이며, 이와 같은 논란은 과학적 과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 논쟁이 어떻게 해결되든지 관계없이, 많은 화석이 네 다리에서 두 다리를 거쳐 다리가 없는 상태로 전이되는 특징을 나타낸다는 사실은 뱀이 다리가 넷인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래 이미지는 나무 위키에서 가져왔습니다. 티타노보아의 실물크기의 레플리카 모형입니다. 복제품이라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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