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본 젊은 사랑과 늙은 사랑의 인과론적 고찰

무주이장 2020. 7. 2. 14:12

 엊그제 아내와 같이 보는 드라마를 혼자 봤습니다. 저녁 약속이 있는 아내가 그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아서 혼자서 보게 된 겁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그것입니다. 시청 중에 말을 걸면 드라마가 끝나면 말하라고 할 정도로 아내가 집중하는 드라마라 저도 유심히 보는 중입니다. 아내에게 전한 드라마 10회의 내용입니다.

 

 아내 이진숙(원미경)은 평소 말도 받아주지 않고, 짜증과 큰소리를 내며 무시하는 남편 김상식(정진영)과 졸혼을 하자고 선언합니다. 첫 딸이 결혼한 이후 남편이 아내를 쌀쌀맞게 대하고, 짜증과 폭언으로 일관하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 중의 하나가 결혼 전 김상식이 아닌 남자가 첫 딸을 임신시키는데 그 남자가 첫 딸의 결혼식 날 아내를 찾아온 것으로 김상식이 오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용이 그렇다는 겁니다.

당신은 나에게 숨긴 게 없어?” 남편의 말에 아내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놀랍니다.

나 은주(추자현) 결혼식 날 그 사람 왔다는 것 알아더욱 아내가 놀라는 표정입니다.

당신 나하고 살면서 그 사람 생각하면서 산 것 아니야?” 아내의 눈빛에 실망과 허탈감 그리고 분노가 보입니다.

 

 남편 김상식이 그저 결혼식 당일, 의심이 든 순간 아내에게 묻던지,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물었으면 어떻게 해서든 문제가 생기지 않을 일을 가슴 속에 숨겨두고 키워온 것이 그들이 졸혼을 말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가 된 것입니다. 자식들의 나이를 추정컨대 결혼생활이 30년은 넘은 부부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짝짓기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하트시그널3’ 이야기입니다. 다음 주면 종방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젊은 남녀 8명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데이터를 하면서 짝을 찾아가는 룰이 있어 데이터의 상대는 수시로 바뀔 수 있고, 실제로 자주 바뀝니다.

 

 출연자 중 천인우는 박지현을 좋아하고 박지현 또한 천인우를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자기의 이상형과 가장 비슷하다면서 호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박지현과 천인우의 관계가 새로운 출연자 김강열이 등장하면서 박지현이 천인우와 멀어져 갑니다. 김강열과 천인우, 그리고 박지현은 같이 생활하고, 데이트하면서 그 변화를 서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제 나는 하트시그널을 보지 못했습니다. 테니스를 치고 늦은 저녁을 먹고 오느라, 패널들이 예상커플을 짐작하는 마지막 순서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내용은 아내가 알려준 것입니다.

 

 박지현이 천인우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박지현을 만난 김강열의 눈빛이 천인우를 채 정리하지 못한 채 자기를 만났다는 이유로 박지현에 대해 차갑게 변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김강열이 "나쁜 새끼"라고 합니다. 짝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에서 여러 상대와 데이트를 하고 그중 어떤 상대에게 가진 애틋함을 한 순간에 어떻게 정리를 할 수 있는가 하면서 박지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의 생각을 한다는 것이 욕을 한 이유였습니다.

박지현은 김강열을 만나면 불행할 것 같다고도 합니다. 그 전 주까지 여자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는 천인우에 대한 섭섭함과 모자람을 얘기하던 것이 이제는 박지현과 제대로 데이트 한 번도 못한 천인우의 불행에 대해 위로하는 아내입니다.

 

 짝짓기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의 결론이 어떻든 저는 아내와 같은 정도의 감정이입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두 프로그램에서 젊은 청춘이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기중심의 언행이 치러야 하는 고통을 인과론적으로 연결을 시키게됩니다.

 

 김강열과 박지현이 결혼을 한다면, 천인우를 잊지 못한 채, 자기와 결혼했다고 오해하는 강열이는 김상식(정진영)과 같은 고통을 느낄 것입니다. 그 고통이 자기만의 고통이면 아픔이 덜하겠지만, 김상식이 오해하여 이진숙(원미경)에게 폭언과 무시를 하며 결혼생활을 파탄시키는 과정에서 이진숙이 받은 고통이 동반되기에 아픔이 매우 큽니다.

 

 윤회는 이런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젊은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늙은 사랑에서 반복되는 고통의 반복 말입니다. 부활은 새로남이라고 합니다. 젊은 사랑의 굴레를 벗어나 김상식과 이진숙이 겪는 고통을 없애는 것이 새로남이며 그들 부부의 부활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아내가 김강열에게 한 욕 “나쁜 새끼라는 말이 나에게 한 욕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