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 2

천사의 탄식. 마종기 시집. 문학과 지성사 간행 2

나이가 드신 분들이 젊은 제게 해준 이야기를 새겨듣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주변에 달리 사회적 성공을 하신 분이 없어서 그랬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사회적 성공을 하신 분들을 초청해서 강연을 하는 것이 상품이 된 세상에서 나이가 들었지만 역시 듣고 싶은 강연을 하시는 분들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성격이 고집스러워서 남의 말을 듣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성격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유전적 상속을 받은 것이고, 성격을 바꾸는 것이 유전자 조작만큼 쉽지도 않을뿐더러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클 수도 있어 위험부담이 큽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먼 아버지 어머니 때부터 적응성을 높여 장착된 유전자가 준 고유한 성격을 바꾸는 ..

매일 에세이 2024.03.06

사소한 추억의 힘. 탁현민 산문집. 메디치 간행

“십 년 전 제주에 왔을 때는 유배 온 심정일 때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은 때가 더 많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한 말입니다. 십 년 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출마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후 저자가 제주에서 지냈던 때를 말합니다. 정권을 쥔 세력에 미운털이 박힌 것은 십 년 전이나 십 년이 지난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변한 것은 저자의 마음입니다. 사소한 추억의 힘을 알게 된 후 일어난 변화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책의 제목을 ‘사소한 추억의 힘’으로 정했겠지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를 안 것은 책이 아닙니다.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다 국가 행사가 뭔가 다른 것 같아 보기 시작하면서 탁현민이라는 사람을 알았습니다. 아니 그전에 그의 책에서 여성 비하의 글이 발견되었다며 비난하는 기사를..

매일 에세이 2023.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