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우리 아이 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나경희 기자. 시사인908호

무주이장 2025. 2. 6. 14:42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를 읽고 휴대폰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해악을 알았습니다.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을 읽으면서 휴대폰이 반드시 해악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관심이 생기면 평소 흘려듣거나 건성으로 보던 것들이 달리 보입니다. 이번 주 시사인 908호에 불안세대에서 봤던 단어들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의 폰 사용과 관련한 초록우산과 시사IN의 조사 결과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초록우산. 시사IN아동청소년 스마트폰 기반 생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아동이 처음 스마트폰을 가지는 나이는 평균 9.4세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권장하는 스마트폰 사용 적정 연령인 중학교 1~2학년보다 훨씬 이르다.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아동행복지수가 높은 세종. 제주 지역 아동이 처음 스마트폰을 가지는 나이는 평균 9.5세인데, 행복지수가 낮은 인천.강원 지역은 8.8세다. 자녀에게 폰을 사준 보호자는 전체의 89.8%였다. 사준 이유로는 연락하기 위해서(77.9%)’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필요할 것 같아서(7.0%)’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스마트폰을 마련해주지 않은 보호자는 중독 위험 때문에(39.6%)’ ‘유해 콘텐츠를 접할까 봐(28.1%)’를 그 이유로 꼽았다.”

 

 아동행복지수가 무언지 알아봅니다. “아동행복지수는 아이가 주관적으로 매기는 점수가 아니다. 수면.공부.운동.미디어라는 네 가지 활동을 중심으로, 아동이 각각 권장 시간 대비 실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그 균형 정도를 지수로 산출한다.” “2024년 아동행복지수 조사에서 시도별 점수를 따로 측정했는데 상위 5개 지역은 점수가 높은 순으로 세종.제주.부산.전남.경남이었고, 하위 5개 지역은 점수가 낮은 순으로 인천.전북.강원.서울.경기였다.” 지역별 차이는 어떻게 발생할까 궁금합니다. “아동행복지수가 높은 지역은 가구 부채, 실업률, 사교육비, 범죄 발생률 등이 낮고 문화.체육시설 수와 공원 면적 등이 높았다. 아동행복지수 순위는 출생률 순위와도 비슷했다. 아이가 살기 좋은 지역이 곧 어른이 살기에도 좋은 지역이라는 걸 보여준 셈이다.”

 

 기사는 현재 부모도 학교도 정부도 적절한 스마트폰 사용 규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사이 아이들은 여러 가지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성인용 콘텐츠나 사행성 게임을 해본 학생이 평균 51.8%였고 익히 아는 다른 문제들도 많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고위험군인 아동일 경우 이 비율은 평균에 비해 적게는 2, 많게는 3배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합니다.

 

 아이들이 폰에 과의존하게 되는 원인 1위는 폰보다 재미있는 게 없어서(평균 37.0%, 과의존 학생일 경우 48.9%)였습니다. ‘친구 관계 때문(34.0%)’이라거나 없으면 불안해서(15.0%)보다도 높은 비율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고 합니다. 다만 같이 놀아줄 친구들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방수영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중독은 원래 중고등학생들의 문제였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어려지고, 중독 정도는 심해지고 있다. 초등학생인데 스마트폰 중독 증상이 심해 입원하기도 한다. ADHD나 우울증이 같이 오는 경우도 있다.”라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전 세계가 SNS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 중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2024년 하반기부터 만 15세 이하 학생들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고, 영국에서도 2024 2월부터 스마트폰 없는 유년기라는 풀뿌리 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장려 정책을 유턴하는 국가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휴대전화사용금지규정을 완화했다고 다시 금지하였고 스웨덴 정부는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된 학부모들의 ‘8학년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운동은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자는 캠페인으로, 미국 전역에서 5만 명이 넘는 부모가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고 합니다. (미국 인구가 몇 명인데 고작 5만 명만?라는 생각에 쉽지 않은 일임을 짐작합니다.)  2024 11 28일에는 전 세계 최초로 호주에서 만 16세 미만 아동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합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바쁩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바쁩니다. 부모도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 대화가 단절된 것이 어느 지역의 특별한 상황이 아닌 모양입니다. 부모와 자식이 대화를 하고, 아이들이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대화하는 즐거움을 회수하는 방법은 불가능할까요? 대화를 하려면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까요? 어떤 경제체제를 만들면 사람에게 더욱 관심을 가질까요? 폰은 폰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책임을 폰에게 돌리면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없습니다. 폰에서 세상으로 눈길을 돌려 폰을 끌 수 있는 세상 만들기로 관심을 가질 수 없을까요(이 연사 크게 외칩니다!)

 

사족: 책을 읽으면 세상이 보입니다. 관광도 보러 가는 게지요. 보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시사IN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