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면 침대 이야기
침대가 빠진 침실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다. 따뜻한 온돌에 요를 깔고 등을 지지면서 잠을 자야만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는 ‘아재’들은 이제 별로 없다. 젊은이들은 계속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자주 집을 옮겨야하고, 점점 집의 넓이는 줄어든다. 과거 가구가 아니라던 침대는 이사하면 짐이 된지 오래다. 싼 침대가 필요하게 된 이유다.
침대는 매트가 기능의 핵심이다. 매트는 스프링과 내장재 그리고 커버로 이루어져 있다. 스프링의 종류는 강선으로 만든 본넬 스프링과 스프링을 주머니에 넣은 포켓 스프링이 있다. 내장재로는 천연재료인 라텍스부터 화학제품들이 많다. 커버는 원단의 종류가 많지만 가공의 방법으로 쟈크를 단 커버와 봉합을 하는 커버가 있다.
매트를 만드는 방법으로 단면과 양면이 있다. 단면은 매트의 한 면만을 사용하기에 부르는 이름이고, 양면은 매트의 양면을 번갈아 사용할 수 있어서 붙인 이름인 듯하다. 당연히 단면 매트의 가격이 양면보다 싸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단면 매트의 가격은 삼만 원대부터 오만 원대까지 제품들이 많다. 젊은이들이 이사가면서 버려도 부담이 없는 가격이다. 일 년에서 이 년의 임대기간동안 사용하다가 버리고 새로 사도 부담이 없다.
매트를 제조하는데 드는 비용은 정해져있다. 스프링을 만드는 강선과 강선을 스프링으로 가공하는 비용, 스프링을 고정하는 하단목재, 그리고 커버의 제작비용과 이를 조립하는 비용이다. 많이 만드는 곳에서 공급받는 원자재의 비용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장은 언제부터인가 왜곡되었다. 그러나 그 왜곡의 시작은 소비자로부터였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는 1970년의 논문에서 중고차 시장의 사례를 통해 레몬시장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또한 ‘호황 vs 불황’의 저자인 군터 뒤크는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의 불신이 모든 시장을 레몬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소비자는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사길 원한다. 그러나 물건의 품질을 알 수 없으니 어떤 물건이든 일단 가격을 깎고 본다. 그런데 판매자 입장에서는 품질이 좋은 물건도 소비자가 가격을 후려치려고만 들기에, 좋은 물건을 시장에 내놓기 꺼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시장에는 질 나쁜 물건만 넘쳐흐르게 되고, 소비자들도 가격을 열심히 깎아봤자 저질 상품을 사갈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을 가리켜 단 레몬은 없고 너무 신 레몬만 가득한 상태를 빗대어 ‘레몬만 가득한 레몬시장’이라고 한다. 이런 시장에서는 정상적인 상품을 정상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생산자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나름 스마트한 소비를 하겠다고 나선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생산자의 적으로 돌변하는 셈이다. 반면 질 낮은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생산자들이 이득을 본다. 소비자들은 품질을 판별할 수 없을 때, 가격을 상품을 판별하는 단일 요소로 삼고 더 싼 것만 찾기 때문이다. 한편 저질 상품이 범람하는 반면, 고가시장은 그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한다. 고가 브랜드 상품은 소비자가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가치가 더 높아진다. 군터 뒤크는 아주 고가의 상품과 저가의 저질 상품으로 극단적으로 양분화되며, 중간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김영준.스마트북스.골목의 전쟁 중에서)
단면 침대의 가격이 제품에 따라 20%에서 40%까지 가격이 차별이 난다. 원자재의 가격과 근로자의 임금이 비슷한 동종업인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레몬시장을 의심하게 된다. 침대의 속을 들여다 볼 일이다.
침대의 스프링은 재활용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남이 쓰다 버린 매트 속의 스프링을 재생스프링이라고 부른다. 침대협회에서는 재생스프링을 사용하는 회원사가 있으면 나름 처벌하는 규정도 만들었지만, 회원사가 아니면 제재를 할 방법이 없다. 재생스프링을 사용하여 매트를 제조하는 곳에서는 물자의 재활용을 강조하는 ‘재활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재활용스프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버린 물건을 재활용하니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스프링을 생산해서 단면 매트를 만드는 정상적인 생산자와 판매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조지 애커로프와 군터 뒤크의 주장에 의하면 이런 행위는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이제 앞으로 단면 침대는 재활용스프링을 사용한 저질의 매트만이 출시될지도 모른다. 알뜰한 소비를 하는 소비자는 돈은 돈대로 내면서 저질 상품을 구매할지도 모른다. 저가의 상품과 중가의 상품이 공존하면서 고가의 상품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는 시장을 보고 싶다.
p.s. 재활용스프링을 사용한 매트라고 표현한 제품을 본 적이 없다. 왜 그럴까? 혹 재활용스프링을 사용하는 것이 양면과 포켓스프링에도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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