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갇혀있다 2

악의 평범성. 이산하 시집. 창비시선453. 4

사람에 따라 현실인식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장한 마음을 갖고 심지와 근육을 태워 장렬하게 전사를 하려 한 시대를 살았던 시인에게 지금의 현실은 비루하게 보일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시인에게 무어라 말을 건넬 수 없습니다. 쉽게 위로도 못하겠습니다. 그의 슬픔에 공감이 갑니다. 그는 슬픔으로 시를 마무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입은 여전히 진보를 외칠 것이고 발은 지폐가 깔린 안전한 길을 골라 걸을 것이다. 촛불의 열매를 챙긴 소수 민주주의적 엘리트들 역시 노동대중을 벌레처럼 털어내며 더욱 창대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의회공화국이며 모든 권력도 국민이 아니라 자본과 소수 좌우엘리트들로부터 나온다. 그러니 심지 없는 촛불이 아무리 타올라도 우리의 비정규직 민주..

매일 에세이 2024.01.19

악의 평범성. 이산하 시집. 창비시선453. 3

촛불은 갇혀 있다 한때 우리들의 자부심이었던 촛불에 대해서도 시인은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촛불이 밝은 빛을 토해내야 하건만 촛불이 갇혔다고 한탄합니다. 아날로그 양초촛불이 디지털 LED촛불로 바뀌었다. 아날로그 촛불은 자기 온몸을 다 태우고 녹지만 디지털 촛불은 장렬하게 전사할 심지와 근육이 없다. 노동자에서 소시민적인 인텔리로 동력이 바뀐 신호였다. 땅을 갈아엎어 토양을 바꾸지는 못하고 기껏 나무를 골라 옮겨 심을 뿐인데도 연일 축제이다 그래서 촛불도 계속 광화문 광장에 갇혀 있었고 세월호의 노란 리본도 광화문 광장에 갇혀 있었다. 촛불이 디지털로 바뀐 세상에 시인은 답답합니다. 한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십시일반 나눠 샀던 촛불을 생각해 보니 시인의 답답함이 이해도 될 듯합니다. 저는 디지털 촛불을 손..

매일 에세이 202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