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선438 2

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438. 정호승 시집. 창작과 비평 간행 4

나이는 잘 먹어야 합니다. 그악스러웠던 젊음이 있었다면 노년은 숨을 죽여야 합니다. 억척스러웠던 과거를 잊을 수는 없지만 재현하지 않는 노년이면 좋겠습니다. 건강을 상해 산을 다녔지만 조금 건강을 회복했더니, 백대 명산을 다 오르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욕심은 건강을 지불합니다. 욕심이 많을수록 건강을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응보입니다. 패기가 젊음의 훈장이라면 관조가 늙은이의 지갑에서 나와야 합니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계율을 지켜야 모세오경을 읽지 않아도 늙은이가 도를 깨칠 수 있습니다. 시인의 시를 보며 따라 배우고 싶었습니다. 상처 내가 청년이었을 때 산길을 가다가 유난히 가슴이 움푹 팬 바위를 보고 바위에도 깊은 상처가 있구나 스스로 내 상처를 위로받으며 힘차게 산을 올..

매일 에세이 2023.12.20

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438. 정호승 시집. 창작과 비평 간행 1

정호승 시인은 나이가 70이 넘은 시인이십니다. 지난번 읽은 이상국 시인의 시에 감탄하여 시집을 고르다 연세가 있는 분이라 빌렸습니다. 서정시를 쓰는 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고래고래 핏대를 세우며 태극기를 앞세워 줄을 세우는 노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시를 읽는다면 좋겠다는 허망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혼자서만 살 수 없습니다. 내 의견에 곰팡이가 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기쁜 일도 있지만 슬픈 일도 있고, 그렇다면 동시에 슬프고 기쁜 일도 왜 없겠습니까? 시인의 “슬프고 기쁜” 일은 무엇인지 들여다보았습니다. 슬프고 기쁜 꽃이 저 혼자 일찍 피었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꽃이 저 먼저 져버렸다고 봄날이 아주 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저 혼자 걸어간다고 새로..

매일 에세이 202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