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 장편소설 2

파친코 2, 이민진 장편소설, 신승미 옮김, 인플루엔셜 간행

양진이 병상에서 딸인 선자에게, 아들 노아를 잃고 상심한 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니가 그 남자를 노아의 아버지가 되게 해서 그 애를 부끄럽게 했데이. 니 고생은 니가 자초한 기다. 그 불쌍한 아이 노아는 나쁜 씨를 물려받았다. 이삭이랑 혼인했으니 니가 운이 좋았데이. 억수로 좋은 사람이었다 아이가. 모자수는 더 좋은 핏줄을 받았다. 그래서 일이 아주 잘되는 기다.”(266쪽) 양진의 말을 들은 선자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선자는 아들이 나쁜 씨를 물려받았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화와 열이 너무 많은 핏줄이라고 말했다. 씨, 핏줄. 이런 한심한 생각에 어떻게 맞설 수 있단 말인가? 노아는 규칙을 모두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면 적대적인 세상이 바뀔 수 있..

매일 에세이 2023.01.31

파친코 1, 이민진 장편소설, 신승미 옮김, 인플루엔셜 간행

애플 TV에서 파친코를 봤습니다. 그리고 책을 찾았는데… 이미 품절이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책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 있어 반환일자를 맞추느라 파친코는 아침 자투리 시간에 조금씩 읽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1편 읽기를 끝냈습니다. 주인공 선자를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의 고단한 삶을 힘들게 살아내는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낸 소설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결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식민지의 비참함을 눈을 돌리지 않은 채 숨을 죽이고 읽었고, 작가의 정돈된 서술이 아픔을 가중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감정적이지 않은 글인데 마음은 무거워 슬픔이 돌덩이 같습니다. 선자의 남편 이삭이 죽음 일보 직전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감옥에서 죽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일본 당국이 이삭을 풀어준 것이지요. 같..

매일 에세이 2023.01.13